[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 지난 5일 제주 서귀포시의 한 밭에서 80대 여성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 앞가슴과 얼굴에 2도 화상이 관찰됐으며, 체온은 40도로 측정됐다.
#. 같은 날 충남 부여에서는 밭일을 하던 70대 여성이 쓰러졌다가 사흘 만에 숨졌다. 발견 당시 체온은 42도까지 올랐다.
12일까지 올여름 누적 온열질환자는 1523명(사망자 9명 포함)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 발생 장소는 대부분 실외(79.8%)였는데 특히 작업장(29.0%), 길가(13.8%), 논밭(13.5%) 등에서 야외활동을 하는 중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61.2%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비율은 34.0%였다.
의료계는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온열질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온 조절 기능 무너져 온열질환 발생…고령층·만성질환 특히 유의
온열질환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인체의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열경련, 열실신, 열탈진(일사병), 열사병 등이 해당한다. 초기에는 어지럼증, 피로, 근육통 같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방치하면 의식 저하나 장기 손상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황선욱 교수는 "사람은 정상적으로 36.5도 안팎의 체온을 유지하지만,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수분이 부족해지면 체온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특히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뇌졸중 등 만성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의 경우 더위 자체가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어 무리한 야외 활동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위험한 열사병…체온 40도, 30분 이상 땐 장기 손상 시작
열경련은 고온에서 운동 후 땀을 많이 흘리면서 염분이 빠져나가 근육경련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염분 등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면 회복된다. 열실신은 더위 속에서 장시간 서 있거나 움직이다 탈수와 말초혈관 확장으로 뇌혈류가 감소해 일시적 실신이 발생하는 것으로, 환자를 눕히고 다리를 높게 들어 뇌혈류를 회복시키고 수분 섭취와 안정을 취하면 된다.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고갈돼 심한 피로, 두통, 구토,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체온은 38~39도까지 상승한다. 시원한 장소에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해 주면 대부분 회복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의식이 흐려질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일사병은 직사광선 노출에 의한 열탈진에 해당한다.
가장 위험한 온열질환은 열사병이다. 열사병은 폭염 속 실외 활동을 장시간 지속할 경우 심부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의식저하, 섬망, 발작, 혼수 등 중추신경계 이상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히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30분 이상 지속될 경우, 여러 장기 손상이 시작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고령자, 심뇌혈관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 약물 복용자, 만성질환자는 혈관 기능 저하, 자율 신경 이상, 약물 영향, 체내 수분조절 능력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열사병 발생 위험이 더 높다.
열사병이 의심될 경우, 즉시 119에 신고하고 체온을 신속히 낮추기 위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환자를 그늘이나 시원한 장소로 옮긴 뒤 옷을 벗기거나 헐겁게 풀고, 젖은 수건이나 찬물로 몸을 감싸 체온을 떨어뜨려야 한다. 병원에서는 얼음물 침수, 냉각 담요, 냉각 팬 등 전문 장비를 이용한 적극적인 냉각 치료가 시행된다.
◇체중 70㎏ 하루 2.1ℓ 수분 섭취…시간당 1ℓ이상은 피해야
온열질환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폭염 환경 자체를 피하는 것이다. 정오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외출이나 운동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득이하게 외출하는 경우 가볍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을 이용해 햇빛을 차단해야 한다. 수분 섭취는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수시로 해주는 것이 좋다.
황선욱 교수는 "운동은 가능하면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뒤에 실시하고, 운동 중간중간 충분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루 수분 섭취 권장량은 개인의 체중, 활동량,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체중(㎏)×30㎖ 정도다.
예를 들어 체중이 70㎏라면 30㎖를 곱해 2100㎖(2.1ℓ)가 하루 권고량이다. 활동량이 많거나 더운 날씨에는 30㎖ 대신 35㎖를 곱해야 한다.
다만 시간당 1ℓ이상 수분 섭취는 피해야 한다.
짧은 시간 동안 과도한 수분 섭취는 전해질의 농도를 떨어뜨려 신체 기능을 방해하고, 저나트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장질환, 심부전 등이 있는 경우에도 의사와 상담을 한 후 섭취량을 정해야 한다.
노인층은 갈증에 대한 인지가 늦을 수 있어 정기적으로 조금씩 마시는 습관이 중요하다.
수분 섭취량에 포함되는 것은 물 이외에 국, 찌개, 죽, 야채 및 과일(오이, 수박, 오렌지 등 수분 많은 것), 커피·차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제외) 등이 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