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구단 주주 자격의 단순 방문이었다", "직접적인 관여가 아니면, 이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하기가..."
또 터졌다. 키움 히어로즈 이장석 전 대표이사발 지뢰가 계속 터지고 있다. 안 그래도 '그로기' 상태인 키움인데, 강펀치가 계속해서 날아들어오니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지경이다.
기폭제는 14일 홍원기 감독,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 동시 경질이었다. 허승필 단장, 설종진 감독대행이 선임됐다.
키움은 "위재민 사장이 지휘했다"고 하지만, 검사 출신 변호사인 위 사장이 이렇게 후폭풍이 엄청날 일을 직접 구상하지 않을 거라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그 뒤에 KBO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은 이 전 대표이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었다.
이 전 대표이사는 구단 경영과 운영에 일절 개입할 수 없다. 감독과 단장을 정하고 바꿀 권한이 없다. 하지만 위 사장에게 의중을 흘릴 수 있고, 이를 위 사장이 실행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이 전 대표이사가 사실상 구단 운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다.
여기에 15일에는 이 전 대표이사의 딸이 키움 구단 인턴직에 특채로 채용돼 근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역시 "위 사장이 추천했다"고 구단은 설명했지만, 이 전 대표이사의 딸이 '아빠 찬스'를 썼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16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이례적으로 키움의 구단 운영을 규탄하는 공식 성명을 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선수협회가 특정 구단을 사실상 '공격'한 사례는 프로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루도 못가 17일에는 또 이 전 대표이사 발 폭탄이 터졌다.
한 매체는 이 전 대표이사가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열린 마무리 캠프 현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은 구단주가 선수들 훈련장을 방문한다는 자체가 어색한 그림이다. 논란을 넘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보임이 분명하다.
키움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이사가 캠프지를 방문한 건 사실이다. 다만 위 사장이 구단 주주 자격으로 초청을 했다. 캠프를 보려 대만에 갔던 게 아니라, 개인 일정으로 대만에서 다른 스케줄을 소화한 뒤 야구장에 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 대표이사는 구단주로서 영구 실격 처분을 받았지만, 여전히 히어로즈 구단 지분 69.26%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이 관계자는 "영구 실격과 관계 없이, 주주의 지위는 제한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KBO도 계속해서 키움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자녀 특혜 채용에 대해서는 "인턴 채용도 구단 운영과 관련된 일이기에, 이 전 대표이사가 관여한 정황이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KBO 고위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이사의 캠프 방문에 대해 "키움 구단의 설명대로 주주 자격으로 캠프지를 가는 것에 대해 규정이나, 법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KBO가 영구 실격 처분을 내린 건 이 전 대표이사가 야구단 운영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게 하는 차원이다. 훈련장에 들어가 이런저런 지시를 한 게 아니라, 단순히 조용하게 훈련을 봤다고 한다면, 여기까지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주주로서 활동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이게 문제가 된다면 규정을 '구단 관련 시설이나 현장 출입 금지'와 같은 강도 높은 항목이 있어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주주도 자신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이사는 특수한 주주다. 전 구단주였고, 구단 운영에 대한 활동을 금지 당한 사람이다. 법으로, 규정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더라도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행동을 하지 않는게 맞다. 캠프를 찾아간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행보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구단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대만에 개인 일정이 있었다면, 그 일정만 소화하고 귀국하는 것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았어야 할' 결정이 아니었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