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 윤성빈(26)이 진정한 부활의 시험대에 올랐다.
롯데는 17일 감보아-박세웅-데이비슨까지 선발투수 3명, 포수 정보근, 외야수 윤동희와 함께 윤성빈을 1군에 올렸다.
올스타 휴식기를 거친 뒤 첫 엔트리 조정이다. 10개 구단 공히 칼을 간 결과물이다.
선발투수는 물론 정보근과 윤동희 역시 1군 콜업이 예정됐던 선수들이다. 김태형 감독이 그리는 1군 선수단의 포지션별 핵심 선수들이기도 하다.
여기에 윤성빈이 이름을 올린 점은 의미가 크다. 전반기 선발로, 불펜으로 조금씩 1군 경험을 쌓았다. 조심스럽게 스스로를 가다듬는 과정이었다. 1~2군을 오가며 조금씩 성공 경험을 쌓았다. '어떻게든 5이닝만'을 기대하며 대체선발로 기용되던 지난 과거를 딛고 불펜으로 재조정을 거쳤다.
이제 1군 투수로서의 커리어가 다시 시작된다. 윤성빈은 2017년 롯데에 1차지명으로 입단했다. 선발로 10경기에 등판했던 데뷔 2년차 시즌 이후 1시즌에 1경기 등판하기도 쉽지 않았던 윤성빈이 본격적으로 1군에 기용되는 첫 시즌이다.
이날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은 윤성빈의 활용에 대해 '브릿지'부터 시작할 뜻을 보였다.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갔을 때 롱맨, 혹은 5~6회를 버텨주는 역할이다. 지금까진 김강현이나 김상수가 주로 맡아왔다.
"김강현과 김상수는 제구력도 있고, 특히 김상수는 경험이 많다. 그런데 일단 구속이 안 나오다 보니 (타자와의 승부에서) 이기질 못한다. 윤성빈은 볼넷을 줄 수도 있지만, 구위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투수다. 상황이 되면 한 번 써보고 다시 체크할 예정이다."
윤성빈은 부산고 시절 메이저리그를 노크할만큼 특급 유망주였다. 공식 프로필상으론 1m97이지만, 방송 인터뷰 당시 머리가 광고면을 넘어서는 모습을 봐선 지금은 2m 정도까지 성장했을 수도 있다. 압도적인 높이에서 내리꽂는 150㎞ 후반의 강속구는 소름돋게 매력적이다.
2018년 18경기(선발 10) 등판 2승5패 평균자책점 6.36을 기록한 이후 1군에서 거의 보기 힘든 투수가 됐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선발로 1군에 모습을 보였고, 올해도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자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5월 20일 LG 트윈스전에서 1이닝 9실점으로 최악의 난조를 보였다. 안타 4개보다 6개의 볼넷이 뼈아팠다.
김태형 감독은 LG전 1회 박해민을 3구 삼진으로 처리하던 윤성빈의 배력을 살리고자 했다. 당시 윤성빈은 156~157㎞ 직구를 연달아 꽂으며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낸바 있다.
이후 퓨처스에서 꾸준히 불펜으로 경험을 쌓았고, 지난 6월 다시 1군에 올라와 4경기 2⅔이닝 무실점의 경험을 추가했다. 특히 6월 2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2462일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도 누렸다.
김태형 감독은 기본적인 제구력만 갖춰진다면, 직구의 매력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필승조는 최준용-정철원으로 짜여졌고, 선발진에도 이민석이 추가됐다.
윤성빈은 알을 깨고 나왔다고 볼 수 있을까.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윤성빈이 보여줄 차례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