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더위가 말 그대로 폭염(暴炎)이다. 올해는 6월 초부터 낮 최고기온이 섭씨 30도까지 치솟고 폭염특보가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역대 6월 평균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또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열대야가 나타나 기승을 부린다. 이상 기후로 인해 폭염과 극단적 폭우가 이례적인 일이 아닌 뉴 노멀(New normal)이 됐다.
이상 고온은 프로야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한여름 습기 가득한 무더위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뿐만 아니라 아니라 신판, 관중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주로 야외 경기로 치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평균 기온이 한반도보다 높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7~8월 47개 도도부현 예선을 거쳐 본선을 치르는 고교야구선수권대회, 여름 고시엔대회는 오후 2시를 전후해 열리는 한낮 경기를 없앴다. 살인적인 무더위가 덜한 오전, 저녁 시간대로 나눠 '2부제'로 대회를 진행한다. '9이닝' 경기를 '7이닝'으로 단축해 치르는 방안까지 논의했다.
프로도 더위를 피해 갈 수 없다. 야외구장에서 경기를 치를 땐 홈, 원정팀 할 것 없이 냉방 문제로 고민이 크다. 더그아웃에 대형 냉풍기를 설치해도 한계가 있다. 대다수 팀이 경기 전 훈련 시간을 최대한 줄여 진행한다. 가급적이면 선수들이 경기 전에 냉방이 잘 되어 있는 실내에 머물게 한다.
세이부 라이온즈 에이스 이마이 다쓰야가 경기 중에 열사병으로 교체돼 무더위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이마이는 지난 6월 27일 무더위로 악명 높은 베루나돔(세이부돔)에서 열린 니혼햄 파이터스전에 선발등판했다. 그런데 4회 2사후 갑자기 웅크려 앉았다. 치료를 위해 그라운드를 떠난 뒤 다른 투수로 바뀌었다. 그가 던진 81구째 시속 156km 직구가 이날 마지막 투구가 됐다. 야간경기인데도 그랬다.
고시엔구장을 홈으로 쓰는 한신 타이거즈. 오랜 금기를 깼다. 올해부터 반바지를 착용하고 훈련한다. 후지카와 규지 감독이 무더위를 고려해 결단을 내렸다. 마무리 레전드 후지카와 감독 체제로 새출발한 한신은 센트럴리그 선두를 독주하고 있다. 2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9경기 앞선 압도적인 1위다.
반테린돔(나고야돔)을 쓰는 주니치 드래곤즈는 쾌적한 안방 대신 장외훈련을 할 때가 있다. 야외구장에서 치러야 하는 원정 경기 대비 차원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야구기구(NPB)와 일본프로야구선수회는 17일 한여름 열사병 대책을 논의했다. 7~8월 2군 낮경기를 다음 시즌부터 오전 10시 개최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2군 공식전이 열리는 일부 구장엔 조명시설이 없다. 현 상황에선 주간경기가 불가피하다. 프로야구선수회는 이전부터 한여름 낮경기 폐지를 요구해 왔다. 이전과 달라진 날씨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강조했다.
오전 10시 경기를 하려면 이른 새벽부터 움직여야 한다. 훈련을 먼저 하는 홈팀 선수는 보통 경기 시작 3~4시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한다. 당사자인 선수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 입장 관중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좀 더 논의가 있어야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여름 살인더위가 상수가 됐다.
더위가 폭주하는 8월, 2군 낮경기가 눈에 띈다. 8월 3일 일요일, 야쿠르트 스왈로즈-오이식스 니가타전과 히로시마 카프-소프트뱅크 호크스전이 낮 12시 30분, 니혼햄-세이부전과 쿠후 하야테 벤처스-주니치 드래곤즈전이 오후 1시, 요코하마 베이스타즈-라쿠텐 이글스전이 오후 2시에 열린다. 8월에 1군 낮경기는 없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