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피 마르는데 수색상황 소통 안돼" 불만도 나와
(가평=연합뉴스) 최재훈 심민규 기자 = "새벽에 비가 너무 많이 오니 매형이 주변 텐트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깨워 차를 높은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소리쳤습니다. 차를 옮기고 돌아오는 길에 물에 휩쓸렸다고 하네요."
경기 가평군 집중호우 관련 실종자 수색이 3일째 이어지는 22일, 마일리 캠핑장에서 사망·실종된 일가족 4명의 유가족은 수색 현장을 찾아 울먹거리며 말했다.
당시 마일리 캠핑장에는 40대 A씨와 아내 B씨, 10대 아들 2명을 포함해 20여명이 글램핑용 텐트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다.
유가족과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20일 새벽 3시께 A씨는 세찬 빗소리에 일어났다.
그는 인근 텐트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깨우고 차를 지대가 높은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소리쳤다.
A씨가 본인 차를 옮긴후 가족들을 깨우려는 순간 텐트가 물과 토사에 휩쓸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A씨는 이후 6㎞아래 대보리 대보교에서 다리 구조물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텐트는 산사태가 일어난 곳에서 가장 가까워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 C씨는 이날 수색 현장을 찾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수색 상황에 대해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특히 경찰쪽은 전혀 소통이 안되고 있다"며 "유가족들과 소통 문제를 신경 써달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가평군 조종면 대보교에 설치된 소방 지휘 본부(CP)를 찾아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로부터 수색 상황을 전해 들었다.
이들은 지난 20일 오전 4시 28분께 상면 대보리 낚시터 인근 도로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70대 남성 D씨의 가족이다.
당시 폭우로 조종천이 범람하자 D씨는 사위, 부인과 함께 봉고차를 타고 대보교 인근을 빠져나오던 중 사고를 당했다.
하천이 범람하자 이들은 차량에서 급히 탈출했지만, 사위와 부인이 나무를 붙잡고 가까스로 구조를 기다리는 사이 D씨는 물에 휩쓸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진흙이 뒤엉킨 강변을 직접 걸으며 수색 현장을 둘러보고, 애타는 심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당국의 설명을 들은 이들은 결국 침울한 표정으로 현장을 떠났다.
당국은 이날 오전부터 약 250명을 동원해 합동 수색을 진행 중이다.
마일리 캠핑장 일대부터 대보교, 청평댐까지 구역을 3개로 나눠 하천을 직접 걸어서 잔해물을 두드려가며 실종자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오후 3시께 마일교 일대에서 구조견이 반응을 보여 기대감이 올랐지만, 현장에 실종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가평 지역 실종자는 총 4명이다. 마일리 캠핑장을 찾았다가 실종된 일가족 4명 중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2명을 비롯해 대보교 인근 낚시터에서 차를 타고 빠져나오다 물에 휩쓸린 D씨 1명, 덕현리 강변에서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되는 1명 등의 행방을 당국은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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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