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 좋은 토마토들이 다 망가졌네…"
23일 오전 광주 북구 건국동의 한 토마토 농가 비닐하우스에는 장화와 모자로 무장한 자원봉사자들의 탄식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비닐하우스 바닥에는 수백㎏에 달하는 토마토가 짓눌려 터져 있었고 폭우가 그친 지 며칠이 지났지만 곳곳엔 여전히 흙탕물이 고여 있었다.
이날 현장에는 대구에서 온 봉사자 80여명을 포함해 총 1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롱대롱 매달린 토마토 줄기는 얽히고설켜 있었고 줄기를 고정한 집게를 하나하나 떼어내야 본격적인 작업이 가능했다.
자원봉사자들은 흙탕물과 나뒹구는 토마토로 미끄러운 바닥에 자주 중심을 잃기 일쑤였고, 옷자락과 발목엔 토마토 줄기가 달라붙으며 좀처럼 발을 떼기 어려웠다.
게다가 폭염경보까지 내려진 날씨에 비닐하우스 안은 숨이 턱 막히는 찜통이었지만 봉사자들은 묵묵히 몸을 움직였다.
바닥에 떨어진 줄기를 모아 어깨에 메고 옮기기를 반복하면서 이들의 얼굴과 등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다.
대구에서 온 손말순(54) 씨는 "뉴스를 보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시골에서 자라 수해를 겪는 농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어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며 "아침 7시에 대구에서 버스를 타고 와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데 덥지만서도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남 구례에서 온 김모(55) 씨도 "근처에 숙소를 잡고 주택, 상가, 농가를 돌며 며칠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덥고 힘들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현장을 보면 뿌듯함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400평에 달하는 비닐하우스 안은 처음엔 어두컴컴하고 어지러웠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닿은 자리마다 점차 제모습을 되찾아가면서 환해지기 시작했다.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용덕(69) 씨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씨는 "이 비닐하우스 한 동만 혼자 하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린다"며 "이렇게 내 일처럼 땀 흘려 도와주니 미안하면서도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속이 타들어만 갔는데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전날까지 공무원 80명, 군 장병 400명, 자원봉사자 459명을 수해 복구 작업에 투입했다.
광주시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서 봉사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각 수해 지역에 인력을 순차적으로 배치해 신속하게 복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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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