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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페루 ODA 25년] ①현지수요 맞춤형 ODA…국제사회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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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는 한국전쟁 당시 수교국이 아님에도 물자를 보내 후방을 돕고 전후 복구를 지원한 국가다.
우리 정부는 1963년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우호적인 교류를 이어왔으며 2011년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2012년에는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까지 수립할 정도로 외교·경제적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
양국은 호혜적인 차원에서 자원에너지 및 핵심 광물 협력, 방위산업 및 공항 건설 등 인프라 부문에서 다양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중남미에서 멕시코, 브라질, 칠레 다음으로 무역 규모가 큰데 이는 한국이 공적개발원조(ODA)를 하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첫 번째이기도 하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은 1992년 수도 리마 인근 항구도시 카야오에 첫 번째 한-페 친선 병원 건립을 시작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시작했다.
1996년부터는 봉사단을 파견했고, ODA 사업 확대 및 현지화를 위해 2000년 10월에 리마에 사무소를 개소해 25년간 꾸준히 개발협력 사업을 펼쳐왔다.
지난 11일 리마에서 만난 김영우 코이카 페루사무소장은 "그동안 1억7천만달러를 들려 30여개의 ODA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이는 중남미 국가에서 파라과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라며 "분야별 전문성을 지닌 700명 이상의 봉사단을 파견했고, 2천명 이상의 연수생을 한국으로 초청해 인적 역량 강화도 도왔다"고 소개했다.

김 소장은 페루에서 펼친 ODA 최대 성과로 소외지역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건 역량을 강화한 것을 꼽았다.
페루 해안지역과 안데스산맥의 산악과 아마존 상류를 대상으로 9개 지역 거점 보건의료 시설을 건립하고, 의사·간호사 등 보건 인력 116명을 파견해 기초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김 소장은 "2020년부터는 수백만 명의 취약계층이 의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건강보험 심사 디지털화 및 원격의료 플랫폼 구축'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가문화유산 통합 등록·관리 시스템 구축, 평화 판사 역량 강화 통한 젠더 폭력 대응력 개선, 중앙부터 전자문서 시스템 구축,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사이버 수사 강화, 전자 세정 구현, 이민청 행정 개선 등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쿠스코시 폐기물 통합관리 및 자원순환 경제 구축, 아마존 지역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취약계층 권리 증진 및 기후회복력 강화, 보건 서비스 접근성 향상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 .
김 소장은 "최근 페루에는 150만명의 베네수엘라 난민·이주민이 몰려와 지역 사회 갈등과 치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다문화 수용성 향상과 취약계층의 권리 증진을 위한 사업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한국이 페루에서 펼치는 ODA의 가장 큰 특징으로 "다른 서구 공여국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현지 정부가 필요로 하는 수요에 맞춰 사업을 펼치는 점"이라며 "20세기 원조받던 최빈국에서 도움을 주는 선진국으로 발돋움 한 우리의 개발 노하우를 전하고 있어 환영받고 있다"고 전했다.
코이카의 맞춤형 사업은 페루 정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창업 활성화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11개의 스타트업은 포브스 선정 페루 100대 스타트업에 선정돼 화제가 됐다.
또 정치·경제 위기로 생존을 위해 육로로 3천km가 넘는 거리를 넘어온 베네수엘라 난민을 위한 직업 교육과 다문화 사회통합 교육은 페루 정부로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전자무역 시스템을 개선해 외국의 수출입 기업들이 페루 상품에 대한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중소기업용 세무회계 시스템 구축을 지원한 사업은 페루 경영학회의 비즈니스어워드에서 국제영향력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노엘라 판토하 페루 국제협력청 청장은 "한국의 ODA는 페루 외교부가 2030년까지 추진하는 '국제기술협력 국가정책'의 우선 분야와 일치하며, 국가 발전 정책 및 지역 개발 계획과도 궤도를 같이하고 있어서 향후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고 반겼다.

코이카 페루사무소는 그동안의 ODA 성과를 페루 국민에게 알리고 국제기구 및 서구 공여 기관 등과 공유하기 위해 '페루사무소 개소 25주년 단축 마라톤'을 지난 6일 리마에서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페루사무소 페이스북의 3만 5천여명의 팔로워를 중심으로 1시간 만에 참가자가 마감되는 등 정부와 국제기구의 호응을 받았다.
김 소장은 "페루는 면적이 남한의 13배에 이를 정도로 남미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큰 나라로 잉카문명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도움을 주는 일이지만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상대방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wakaru@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