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평일인데도 많은 대구 팬이 안양까지 원정을 갔다. 조금의 간절함이라도 보여야하지 않았나.'
처참함 결과였다. 대구FC의 선전을 목청 높여 외쳤던 팬들은 허탈함에 고개를 숙였다.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대구FC는 2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원정 경기서 0대4로 졌다. 대구(3승5무15패)는 12경기 연속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최하위 탈출과는 더욱 멀어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각 11위 수원FC는 같은 시각 열린 경기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5대1로 잡고 승점 3점을 쌓았다. 수원FC(승점 22)는 대구와의 격차를 벌리며 달아났다. 경기 뒤 김 감독은 "너무 크게 졌다. 팬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김 감독은 팬들을 찾아가 90도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대구는 지난해 K리그1 11위를 기록했다. 승강 플레이오프(PO) 끝에 가까스로 1부 무대에 살아남았다. 올 시즌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에이스' 세징야와 재계약하고 한종무 등을 영입하며 '칼'을 갈았다. 개막 세 경기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며 힘을 내는 듯했다. 거기까지였다. 대구는 이후 거짓말처럼 연패에 빠졌다. 팀을 이끌던 박창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났다. 서동원 감독 대행 체제로 개편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김병수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됐지만 아직 승리는 없다. 대구는 5월 3일 제주 SK전(3대1 승) 이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 체제에서 치른 7경기에서도 3무4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부진의 이유를 하나로 꼽을 순 없다. 그라운드 안팎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대구는 세징야에 대한 의존이 매우 높은 팀이다. 몇 년 전부터 '포스트 세징야'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패했다. 1989년생 세징야는 아직도, 여전히 팀의 제1 옵션이다. 결국 대구는 세징야가 부상으로 이탈한 시기에 크게 휘청였다. 세징야는 복귀 뒤 치른 세 경기 중 두 경기에서 득점하며 힘을 냈지만, 혼자의 힘으론 부족했다. 팬들은 분노했다. '이렇게 투지없이 축구할거면 축구를 왜 하느냐'며 폭발했다. 설상가상으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한 수비수 홍정운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선수들은 마음만 급한 나머지 거친 태클을 범하며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는 안양전에서 카이오가 거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김 감독은 3-5-2, 4-4-2 등 포메이션을 바꿔가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김 감독은 안양전 뒤 "포백 전환에 상당히 고심이 많았다. 일부 선수는 90분 풀타임을 뛸 수 없는 상황이다. 센터백 자원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대구 수비진은 홍정운이 부상으로 빠졌고, 김진혁이 이제 막 부상 복귀한 상황이다. 조진우는 군 제대 뒤 호흡을 맞추고 있다. 현장에선 "대구의 여름 이적시장이 아쉽다. 라이벌 팀들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스쿼드를 강화했다. 대구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팬들은 경기력은 물론이고 구단 운영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구는 2013시즌 K리그2 강등, 2016년 K리그1 승격 이후 시민구단의 모범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대구의 2부 강등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K리그1 최하위는 다음 시즌 K리그2로 자동 강등된다. 대구는 27일 홈에서 포항과 대결한다. 안양=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