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김판곤 나가!" 울산 서포터스의 '응원 보이콧'은 안방에서는 더 거셌다. 20개가 넘는 플래카드가 어수선한 울산의 오늘을 보여줬다. 실종된 응원에 그라운드에서도 졸전의 향연이었다.
전반 40분까지 대전하나시티즌과 울산의 슈팅수는 7대0이었다. '위기'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울산은 다행히 전반 42분 첫 슈팅을 선제골로 연결했다. 루빅손의 패스를 받은 에릭이 오른발로 골네트를 갈랐다. 이번 시즌 9호골이었다. 그라운드에는 축포로 자욱했다. 하지만 기쁨은 찰나였다. 연기가 걷히기도 전에 대전이 동점골을 작렬시켰다. 전반 44분이었다. 유강현의 크로스를 이명재가 K리그 복귀골로 장식했다.
이명재는 K리그에선 울산의 '원클럽맨'이다. 그는 지난해 3연패를 선물한 후 울산과 이별했다. 올해 초 잉글랜드 리그1(3부) 버밍엄시티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고, 지난달 K리그로 복귀했다. 울산이 아닌 대전이었다. 하지만 긴 공백의 흔적은 있었다.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황선홍 대전 감독은 "이명재는 좋아지고 있다. 워낙 지능이 있고, 영리하다. 컨디션을 찾아야 하지만 냉정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이명재가 골로 화답했다.
전반은 후반을 위한 서곡이었다. 대전은 후반 시작과 함께 주민규를 투입했다. 울산은 후반 12분 말컹 카드를 꺼내들었다. 말컹이 홈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그는 20일 FC서울전에서 후반 32분 교체투입됐다. 2018년 11월 10일 이후 2444일 만의 K리그 출전이었다. 하지만 복귀전은 울산의 0대1로 패배로 빛이 바랬다. 김판곤 울산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20분 정도 주려고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출전 시간은 늘릴 것이다. 오늘은 조금 더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감독도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말컹은 피지컬 능력이 워낙 좋다. 박스 안에서 장점이 분명히 있다. 대처하는 데 고민이 있다. 경기 시점을 보면서 대응할 계획이다." 말컹은 2018년 10월 28일 이후 2460일 만에 울산 문수와 만났다. 고요했던 울산 관중석도 말컹이 투입되자 탄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대전은 후반 16분 주민규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땅을 쳤다.
말컹은 또 진화했다. 볼터치 횟수가 늘었다. 1m96의 큰 키에 체중 112kg에서 나오는 버티는 힘과 포스트 플레이는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대전 수비수 안톤이 도전을 했지만 튕겨져 나올 정도였다. 말컹은 후반 43분 결정적인 슈팅을 터트렸지만 이창근의 선방에 막혔다. 그리고 주인공은 후반 48분 나왔다. 교체투입된 대전의 김준범이 후반 추가시간인 48분 극장골을 터트렸다. 마침표였다.
대전은 23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3라운드에서 2대1로 역전승했다. 두 팀은 거짓말처럼 두 달 전인 5월 24일 이후 승리가 없었다. 대전은 6경기 연속 무승(5무1패)에서 탈출하며 2위(승점 39)를 탈환했다. 울산은 승점 30점으로 7위에 머물렀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