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기다리다 지쳤다. 우리는 빠지겠어'
다니엘 레비 토트넘 홋스퍼 회장의 장사욕심이 결국에는 '큰손 고객'을 지쳐 떨어지게 만들었다. 한때 손흥민(33)의 영입에 적극성으로 나섰던 사우디아라비아 클럽들이 입장을 바꿔 손흥민에 대한 관심을 거둬들인 것이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클럽까지 손흥민을 포기하며 이제 남은 선택지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뿐이다. 이는 토트넘이 손흥민을 이적시키더라도 그다지 큰 이적료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이어진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6일(이하 한국시각) 'LA FC가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구체적인 제안을 토트넘에 보낼 예정이다. 손흥민이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게 됐다'면서 '손흥민의 이적 대상으로 거론되던 사우디아라비아 클럽들은 관심을 접었다'고 보도했다.
2015년부터 10년간 토트넘에서 '리빙 레전드'급 활약을 이어온 손흥민은 커리어의 중대 전환점에 서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통산 454경기에서 173골을 넣었다. 또한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공동 득점왕(23골),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시상 등의 영예를 안았다. EPL 득점왕과 푸슈카시상 모두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대기록이다.
특히 지난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며 2008년 레들리 킹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토트넘 주장으로 구단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하지만 토트넘 구단은 손흥민과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재계약 대신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며 2026년 6월까지 시간을 번 뒤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
이적시장 초반만 해도 손흥민에 대한 여러 구단들의 관심이 불타올랐다. '절친' 해리 케인이 있는 바에이른 뮌헨도 관심 구단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적극적인 관심을 유지한 쪽은 사우디아라비아 프로구단들과 조제 무리뉴 감독이 있는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의 관심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이미 2년 전부터 이어져 온 관심이다. 알 이티하드가 2023년 여름, 손흥민을 데려가려고 이적료 5500만파운드(약 1023억원)까지 부른 적이 있었다. 당시 손흥민은 "대한민국 캡틴은 사우디로 가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기며 이적거부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3개 구단이 달려들었다. 영국 토크 스포츠는 '알 아흘리와 알 나스르, 알 카디시야 등 3개 구단이 손흥민을 원한다. 특히 알 아흘리는 왼쪽 측면 공격수 영입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라며 '손흥민의 이적료로 4000만유로(약 631억원)를 책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이러한 관심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이적 가능성을 열어놓고서도 협상에는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이는 손흥민을 이용해 마지막까지 구단 수익을 챙기려는 레비 회장의 장사욕심 때문이었다. 구체적으로는 7월말로 예정된 토트넘의 아시아 투어에 손흥민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해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22일 '여름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의 이적이 현실화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핵심 선수 조항(Key Player Clause) 때문이다'라는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이어 '손흥민의 출전 여부가 투어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만약 손흥민이 서울 투어 명단에서 제외되면 토트넘의 경기 수당이 75%까지 삭감된다. 손흥민이 투어에 동행해도 실제 경기에 나서지 않으면 출전수당은 50%로 줄어든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토트넘은 7월 31일부터 아시아투어를 시작한다. 일단 홍콩에서 아스널과 영국 밖에서 갖는 첫 북런던더비를 치른 뒤에 서울로 이동해 8월 3일 뉴캐슬과 경기를 갖는다. 결국 레비 회장은 아시아투어에서 수익을 최대한 챙기려는 심산으로 손흥민의 이적 협상을 이 기간 뒤로 미뤄놓은 것이다. 8월에 이적 협상 테이블을 열어도 손흥민을 충분히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렇게 레비회장이 '장사꾼 욕심'을 최대치로 발휘하는 동안 기다리던 구매자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갔다. 페네르바체가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나갔고, 이제는 사우디아라비아 3개 구단들도 '영입계획 철회'로 돌아섰다.
이제 남은건 사실상 LA FC가 유일하다. 결과적으로 이는 레비 회장에게는 '자기 꾀에 발등찍힌'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적료 수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영국 매체들은 최근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적료로 최소 1500만파운드(약 279억 원)에서 2000만파운드(약 372억원)까지 생각하고 있다. LA FC가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제시하던 4000만유로에 비해 거의 300억원 정도나 줄어든 금액이다. 레비 회장은 한때 손흥민의 이적료로 무려 1억파운드(약 1860억원)까지 원한 적도 있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지난 6월 24일 '토트넘 구단이 손흥민의 이적료로 1억 파운드를 요구할 것'이라며 전 토트넘 스카우트였던 브라이언 킹의 주장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레비 회장이 너무 욕심을 부린 나머지 예상 이적료 수익은 거의 80%나 줄어들 판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LA FC와의 협상마저 결렬된다면 이 마저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대한민국 캡틴은 사우디로 가지 않는다"는 손흥민의 명언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