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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손쉬운` 주담대 대신 기업금융 확대…"수익도 과감히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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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 놀이' 지적에 부응하고자 기업금융을 대대적으로 강화한다.
당장 기업대출을 늘리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하는 등 경제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두던 사업 모델에서 탈피하라는 요구가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수익 다각화도 모색하는 분위기다.

◇ 5대 은행 중기대출 증가율 0.4%…주담대는 4.2%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4일 기준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64조7천301억원으로, 지난해 말(662조2천900억원)보다 2조5천11억원(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78조4천635억원에서 602조4천818억원으로 24조183억원(4.2%) 불었다.
증가액 면에서나 증가율 면에서나 주택담보대출이 중소기업대출보다 10배 안팎이나 많이 늘어난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전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0.95%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32%)보다 3배가량 높았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큰 차이다.
이자 놀이 발언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은행권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으로만 몰리는 유동성을 분산해 한국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새 정부 '진짜 성장' 비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정부·여당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동시에 가계부채 억제 기조를 지속할 전망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한국은행으로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는 중장기 방안에 관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말까지도 90%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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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은행 여신 추이(단위:억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자료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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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분 │ 2024년 말 │ 2025년 6월 말 │2025년 7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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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잔액 │ 5,784,635│ 5,994,250│ 6,024,818│
├─────────┼─────────┼────────┼────────┤
│신용대출 잔액 │ 1,036,032│ 1,044,021│ 1,051,578│
├─────────┼─────────┼────────┼────────┤
│중소기업 대출 잔액│ 6,622,290│ 6,649,347│ 6,647,301│
├─────────┼─────────┼────────┼────────┤
│대기업 대출 잔액 │ 1,583,935│ 1,656,515│ 1,64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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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 "기업 적극 도우라는 의미로 이해"
은행들은 이 대통령 발언을 기업금융 강화 주문으로 받아들이고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담보 위주의 보수적인 영업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대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에만 기여하는 비생산적인 역할이 아니라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을 도와 실물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은행권 자금이 부동산보다는 기업을 활성화하는 곳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생산적 금융 확대에 대한 바람"이라거나 "아파트 대출 지원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경계하고, 주식시장 등으로 돈이 흐르게 하려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세를 전부 은행 탓만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하소연도 일부 나왔다. 역대 정부들이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집값 상승 기대를 부추긴 결과로 나타난 부작용 아니냐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초래한 가계부채 증가로 은행 이자수익이 늘었으나, 이는 여러 경제 환경과 정책 변수가 영향을 미친 결과"라며 "은행이 수익 확대를 위해 의도한 바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대출의 경우 자본 규제상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가계대출보다 높다"며 "주주환원 정책을 고려할 때 적극적으로 대출을 확대하기에 다소 부담이 있다"라고도 했다.

◇ 기업금융을 핵심 사업으로…수익성 유지는 과제
은행들은 기존에 발표한 기업 지원 방안을 재차 부각하는 동시에 새로운 상생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핵심 사업이었던 가계 여신 비중을 축소해야 하는 만큼 올해 하반기 경영 전략부터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KB국민은행은 국가전략산업 분야에 자금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특별 출연해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담보가 부족한 전략산업 관련 기업에 대출 공급을 확대하고, 사업 단지에 입주한 중견기업에 수출 활성화 등을 위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금융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선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한 정책자금 공급을 늘리고 관련 상품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수익을 과감히 포기하더라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우량 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물론 은행 수익성과 자본 적정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방침이다.
국가 기반 산업 투자, 중소·벤처기업 자금 지원 등으로 기업을 도우면서 수익성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해외 주요 거점 국가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새로운 국가 진출이나 투자 기회도 탐색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 소호대출과 기업대출 특판 한도를 증액하고 금리 혜택을 확대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 여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또 신탁업, 자산관리, 지급결제 및 자문 서비스 등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방침이다. 글로벌 진출도 확대한다.
우리은행은 포용 금융의 일환으로 공급망금융 플랫폼인 '원비즈플라자' 가입 회원사를 올해 안에 10만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업 데이터 관리 플랫폼인 '원비즈 e-MP 플랫폼'도 더 활성화하려고 한다.
우리은행은 올해 1~3분기 총 15조원 한도로 기업대출 금리우대를 지원해왔으며, 4분기에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 특별 출연을 통해 주요 산업의 협력기업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과 총 4조5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다.
LIG넥스원의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 해외 시장 확대 등을 지원하는 등 방위산업 발전도 돕기로 했다.
hanj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