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두산 베어스 토종 에이스 곽빈(26)이 '리더'로 진화했다.
곽빈은 26일 잠실에서 열린 2025 KBO리그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최고 구속 158km를 기록하며 7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달성했다. 팀이 3대4로 져 빛이 바랬다. 다만 7회초를 마치고 내려오는 그의 모습에서 두산 팬들은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곽빈이 108구 역투를 펼치며 7회를 마쳤을 때 두산은 2-3으로 뒤진 상태였다. 곽빈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포효와 함께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분위기를 되살려보자는 의미로 풀이됐다. 202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크리스 플렉센의 세리머니와 흡사했다. 덕분인지 두산은 7회말 곧바로 3-3 동점에 성공했다.
곽빈은 이미 앞선 이닝에서도 늘 먼저 더그아웃까지 내려와 뒤따라 들어오는 야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사기를 북돋웠다. KIA 타이거즈 부동의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인 양현종이 늘 보여주는 자세다. 어느새 프로 8년차에 접어든 곽빈이 리더의 역할을 해주는 장면이었다.
연차에 비해 아직 앳된 이미지다. 곽빈은 2018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입단했다. 데뷔 시즌인 2018년 토미존수술을 받으면서 2년을 쉬었다. 2021년 복귀해 2022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23년 12승, 2024년 15승을 거두며 두산의 국내 1선발로 우뚝 섰다. 전국구로 이름을 날린게 3년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게다가 곽빈은 과거 선배들에 비하면 '강하게' 컸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외국인 1선발이 강력했다. 니퍼트, 린드블럼, 알칸타라, 미란다 등으로 이어지는 에이스 계보가 잘 이어졌다. 국내 1선발이라고 해도 팀 내에서는 2~3선발을 맡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두산은 공교롭게 지난해부터 외국인 농사에 실패했다. 곽빈이 비교적 어린 나이에 큰 짐을 짊어졌다.
곽빈은 7월 4경기 27이닝 5자책 평균자책점 1.67을 기록했다.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다. 하지만 승리가 없다. 곽빈의 역투에도 불구, 팀은 이 4경기 1승 3패에 그쳤다. 그만큼 팀 상황은 좋지 않다.
이제는 자신이 앞장서서 끌고 나아가야하는 환경이 곽빈을 빠르게 '리더'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두산은 올해 최하위권에서 표류하고 있지만 곽빈이 각성하면서 10년 에이스를 얻었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