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사이에서 '견제구 논쟁'이 발생했다. LG가 두산의 대주자 조수행에게 견제구 13개를 던진 것.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이 "과하지 않았나"며 불만을 솔직하게 표출했다. 이에 대해 염경엽 LG 감독이 "이해한다"고 받아들여 '확전'을 방지했다.
26일 잠실에서 벌어진 LG와 두산의 맞대결 8회말에 논란의 장면이 발생했다. LG가 4-3으로 앞선 8회말 선두타자 김인태가 볼넷 출루했다. 두산은 대주자 조수행을 투입했다. LG 투수 김진성이 타자 양석환 이유찬을 상대하는 동안 1루 견제구 13개를 던졌다.
다음 날 조성환 대행은 "그렇게 견제구를 많이 던져도 되나. 과하다 싶었다"며 LG 벤치를 겨냥했다.
김진성은 양석환 타석에 견제구 4개를 연달아 던졌다. 양석환을 삼진 처리하는 동안 1루에 던진 견제구는 8개. 두산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나왔고, LG 관중석에서도 이에 맞서 함성을 쏟아냈다. 1사 1루에 이유찬 타석에서는 견제구 5개를 던졌다. 김진성이 이유찬에게 4구째를 던질 때 조수행이 기어코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득점과 연결되진 않았지만 조수행의 끈기와 집중력이 돋보인 장면. 경기는 이 상황과 별개로 LG가 4대3으로 이겼다.
조성환 대행은 "흐름을 끊고 싶었다. 경기 중에 일어나는 플레이라 어필할 명분은 없었다. 그래도 거기서 도루를 성공시킨 조수행 선수를 크게 칭찬하고 싶다. 조수행 선수한테 오히려 미안했다"고 돌아봤다.
염경엽 감독이 이에 발끈했다면 감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충분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LG 입장에서는 벤치 판단에 대한 항의로 느낄 수 있다. 야규 규칙을 어긴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3번째 견제구가 실패했을 시 보크로 간주한다. KBO리그에는 제한이 없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이해한다"며 LG도 어쩔 수 없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염경엽 감독은 "그 1점이 엄청 중요한 상황이었다. 조수행은 다른 주자보다 도루 확률이 높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묶어야 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두산이 잘했다고 본다. 우리한테 압박감을 줬으니까 13개나 던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KBO리그도 메이저리그처럼 견제구 제한 규정을 도입하자고 했다. 염경엽 감독은 "솔직히 우리가 뛰는 야구를 하는데 우리 입장에서 (견제를)훨씬 많이 받는다. 스피드업을 위해서 줄였으면 좋겠다. 미국은 3개인데 우리는 4번째로 보크를 만들어놓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