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자네, 던지는 모습 보고 싶네."
이 한 마디가 장인 어른의 유언이 됐다.
사위의 마지막 피칭을 기다려 주지 못했지만 사위는 이 악물고 하늘로 떠나시는 장인 어른에게 눈부신 호투를 바쳤다.
KT 위즈 투수 고영표가 장인상을 당했다.
고영표의 장인 고 송재종씨는 숙환 끝에 26일 별세했다.
고영표의 27일 수원 삼성전 선발 등판을 하루 앞둔 날. 장인은 병상에서 사위에게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고영표는 장인 어른의 뜻을 받들어 이날 선발 등판을 자청했다.
37도까지 치솟은 살인적 무더위 속 열기가 야구장에 갇힌 날.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액체가 투수의 얼굴을 덮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고영표는 선발 7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14번째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삼성 선발 원태인과 숨막히는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수비와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2년 만의 10승 달성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고영표의 눈부신 호투는 9회말 대역전승의 밑거름이 됐다. 0-3으로 뒤지던 KT는 9회말 대거 4득점으로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고영표의 패전을 지운 끝내기 승리였다.
경기 후 고영표는 "어제 돌아가신 장인 어른만 생각하면서 마운드에 올랐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개인 승리 여부를 떠나서 팀이 극적으로 승리했다. 장인 어른도 분명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고영표는 빈소가 마련된 제주도로 떠날 예정.
고영표 부고는 이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동료 선수들도 몰랐다. 이강철 감독 등 코칭스태프 수뇌부만 알고 있었다.
이날 경기를 승리한 이강철 감독은 "오늘 선발 고영표가 정말 좋은 피칭을 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화요일과 오늘 호투에도 불구하고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해 아쉽다"면서 "고영표는 어젯밤 장인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며 오늘 선발 등판을 자청했다. 팀을 위한 희생과 헌신에 감독으로서 정말 고마운 마음이고, 선수단을 대표해 돌아가신 분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0-0이던 4회 2루수 오윤석의 3루 송구 미스 속 먼저 실점한 고영표는 이닝 종료 후 먼저 오윤석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네는 대인배적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장인 어른의 뜻을 받들어 팀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에이스의 헌신을 보여준 고영표의 품격. 야구장 안팍에서 칭송받아 마땅한 '고퀄' 에이스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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