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에서 고객사·대행사 등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수정 가능
김소라 에이앤에이 대표 "세계시장에 통하는 전시 구성 플랫폼 목표"
[※ 편집자 주 = 울산은 '산업 수도'로 명성을 이어왔습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을 이끌어온 대기업이 토양을 닦은 곳이지만, 이제는 스타트업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지역 경제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울산 지역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도전을 응원하는 기획기사를 매월 한 꼭지 송고합니다.]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전시장에 어떤 소품을 어떻게 배치할지를 웹사이트에서 실제처럼 보면서 실시간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2주가량 걸리던 결정 과정이 단 하루로 줄어드는 겁니다."
28일 한국MICE협회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세계에서 6번째로 국제회의(1만522회)를 많이 개최한 나라다.
아시아 국가만 놓고 보면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한다.
이런 국제회의나 전시 등을 준비할 때마다 콘셉트에 맞는 공간 배치와 부스 설치, 소품 활용을 두고 주최 측과 참여 업체,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대행업체가 수시로 소통하며 머리를 싸맨다.
공간 배치도와 소품 위치 등을 수정할 때마다 이메일로 도면을 주고받는데, 작은 규모 행사라도 확정하기까지 보통 1∼2주가 걸린다.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 내 울산관광기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있는 '에이앤에이'는 이런 전통적인 업무처리 방식을 웹사이트상에서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로 바꾸는 전시·기획 플랫폼 '위벤트'(WEVENT)를 개발 중이다.
위벤트는 가상공간에 컨벤션이나 전시 공간을 설정한 후 그 안에 부스를 꾸미고 전시품과 테이블, 의자, 전자기기 등 소품을 배치해서 고객에게 보여주는 플랫폼이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가 이사하기 전 3D 인테리어 플랫폼을 통해 해당 집 조감도를 펼쳐놓고 침대, 책상, 소파 등을 미리 배치해보며 인테리어를 구상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처럼 아파트 인테리어를 소재로 한 인테리어 플랫폼은 이미 나와 있는데, 에이앤에이는 이를 대형 전시나 컨벤션에 적합한 형태로 기획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위벤트는 현재 각종 전시장을 입체적으로 구현하고, 삼차원 화면 속에서 각종 소품을 이리저리 배치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완성됐다.
또 서로 다른 방향과 높이에서 해당 전시장을 실제로 보는 것처럼 구현할 수도 있다.
남은 과정은 고객과 행사대행사, 즉 에이앤에이가 위벤트를 통해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3D 도면을 보며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웹상에 이 플랫폼을 안착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의 요구 패턴이나 행사 성격에 맞춘 소품들을 인공지능(AI)이 학습한 후 각종 행사 성격에 맞는 부스 형태나 소품 배치를 제안하게 함으로써 조율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이게 하는 기능도 접목할 계획이다.
에이앤에이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사업에 선정돼 이같은 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소라 에이앤에이 대표는 "MICE 분야에서 이처럼 AI를 통해 행사장 콘셉트에 맞는 구성을 제안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고객과 대행사가 서로 만나지 않고서도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3D 도면에서 소품 배치를 바로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이처럼 AI를 접목한 행사장 구현에 나서게 된 것은 전시기획 업계에 종사하면서 느껴온 불편함 때문이다.
대학 졸업 직후인 2013년 제약회사 셀트리온에 입사해 임상 관련 관리자로 일하던 그는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1년여 만에퇴사하고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됐다.
주로 대구와 경북, 경남 지역에서 활동하며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행사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MICE 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여기에다 울산시 산하 기관의 여러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까지 더해 2022년 에이앤에이를 설립했다.
이후 제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9회 울산 평생학습박람회, 연세대학교 RIS 헬스케어 성과공유회, 올해 울산 여성일자리박람회 등을 맡아 기획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이런 행사를 준비하면서 업계 업무수행 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도 느끼게 됐다.
그는 "행사 관련 기관들과 행사장 구현을 위한 이견 조율을 할 때마다 이메일을 주고받고, 의사결정 권한자들 확인까지 받으려면 최소한 5번은 실무진이 만나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낭비되는 점을 개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구 업계나 인테리어 업계에서 3D 구현 시스템을 통해 웹사이트에서 소비자들이 가구를 배치해보고 상품을 고르는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위벤트 구상했다.
이어 웹 디자이너, 개발자, 전시기획자 등을 채용해 총 5명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90% 정도 진행된 단계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완성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 대표는 "최종적으로는 위벤트에서 각종 전시·컨벤션 소품 비용까지 견적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해외 유명 MICE에도 아직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cant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