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노재현 = 아프리카 북서부 국가 알제리는 프랑스와 연결 고리가 많다.
과거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는데 프랑스 명사들의 삶에서 그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세계적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의 부모는 1950년대 알제리에서 파리로 건너온 이민자다.
1998년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우승을 이끈 지단은 프랑스뿐 아니라 알제리에서도 인기가 많다.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알베르 카뮈는 1913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 몬도비에서 태어났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실존주의 소설 '이방인'은 알제(현재 알제리 수도)를 배경으로 한다.
프랑스와 알제리는 자동차 산업 등 경제 교류가 활발하며 알제리에서 프랑스어가 널리 쓰인다.
양국은 지중해를 마주하면서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
프랑스의 지중해 도시 마르세유에서 알제까지 거리는 약 760㎞로 항공기로 1시간4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양국 관계에는 쉽게 메꿀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알제리는 프랑스어 사용권 국가들이 중심이 된 국제기구 '프랑코포니(Francophonie)' 회원국이 아니다.
프랑스는 1970년 프랑스어권 국가의 교류 활성화를 프랑코포니를 창설하면서 알제리에도 가입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모로코, 튀니지, 세네갈 등 아프리카 내 프랑스어권 국가 대부분이 프랑코포니 멤버라는 점에서 알제리의 이런 행보는 두드러진다.
또 알제리 정부는 공식 언어로 아랍어와 베르베르어를 규정하지만, 여기에 프랑스어를 포함하지 않았다.
정치 체제에서도 '프랑스와 거리두기'를 찾을 수 있다.
대통령 선거의 출마 요건에 후보자와 부모 모두 알제리 원주민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1942년 7월 전 태어난 후보는 1954년 11월 1일 혁명'(프랑스 상대 독립전쟁)에 참여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 이후 태어난 후보자는 부모가 독립전쟁에 대한 적대 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대야 한다.
알제리에서 만만치 않은 반(反)프랑스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제리는 1830년부터 1962년 독립까지 약 130년 동안 프랑스의 통치를 받았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의 식민 지배를 유난히 오랫동안 겪은 국가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1884∼1885년 '베를린회의(아프리카 식민지 분할 원칙이 세워진 회의)' 이후 서구 열강의 지배를 경험한 뒤 2차 세계 대전을 거쳐 1960년대까지 독립한 것과 대비된다.
알제리는 독립하기까지 참혹한 역사를 경험했다.
프랑스는 알제리를 정복하고 본국 영토로 편입한 뒤 토착민에게 프랑스 언어, 종교 등 문화를 강요하는 억압정책을 폈다.
특히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이 기독교로 개종할 경우 프랑스 시민권을 부여하는 등 차별했다.
결국 알제리는 1954년부터 국민해방전선(FLN)을 중심으로 무장투쟁을 벌여 1962년 독립했다.
알제리 역사가들은 8년에 걸친 독립전쟁으로 죽은 알제리인을 150만명으로 추산한다.
끔찍한 식민지 기억이 알제리 국민의 가슴에 계속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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