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 취약한 수상가옥 마을·학교서 보건 교육·구충제 보급
감염 80% 감소로 건강해진 아이들 "학교 가는 게 즐거워요"
(이키토시<페루>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페루 로레토주의 이키토시는 아마존 상류의 항구도시로 한때 천연고무 생산으로 막대한 부와 번영을 누리던 곳이다.
지금은 천연고무 주 생산지가 아시아로 옮겨갔고 합성고무의 등장으로 침체됐지만 아마존 관광의 입구로 알려지면서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될 정도로 관광객이 몰려 다시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이 도시의 벨렌구는 주변 지역의 원주민이나 빈농들이 몰려들면서 무허가 수상가옥촌이 형성돼 있다. 도시를 중심으로 강 상·하류에 10km 이상 늘어선 빈민촌으로 전기가 안 들어오는 집도 있으며 심지어 상하수도 시설도 없어서 혼탁한 강물이나 빗물을 생활용수는 물론 식수로도 쓰고 있어서 기생충 감염이 만연한 곳이다.
코이카와 국제보건 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인 메디피스는 수상가옥이 밀집한 이곳에서 지난해부터 '기생충 감염 관리역량 강화를 통한 아동건강 수준 향상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내년까지 진행할 이 사업은 우선 지역의 4개 공립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기생충 검사 및 건강검진 실시, 구충제 및 영양제 보급, 학교 위생환경 개선, 지역 보건인력 및 보건 교사 교육을 펼치고 의료 기자재를 지원하고 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첫 장내 기생충 검사에서는 80%가 감염된 것으로 나왔다. 채변 검사 샘플에서 기생충 알이 4천여개나 발견된 학생이 나올 정도로 영양 불균형이 심각했다.
코이카는 학생들에게 구충제를 복용시키고 감염 인식 제고를 위해 안전한 식수 복용을 교육하고 텀블러 제공과 손 씻기 등을 실시했고, 비타민도 보급했다.
1년 반이 지나 지난 6월에 실시한 재검사에서는 감염이 30%대로 떨어졌다. 감염 학생의 40%가 빈혈 증세를 보였는데 이 수치도 15%로 줄어들었다.
지난 12일 그동안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코이카와 메디피스 관계자가 산호세 60119초등학교를 방문하자 나바로 모숑비테 교장은 "이전에는 아이들이 영양실조 등으로 피곤과 무기력에 갇혀 학업 성취도가 낮았다"며 "감염이 줄면서 아이들의 눈동자에 총기가 돌아왔고 수업에 대한 집중도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고 반겼다.
교정에는 빗물 정화시설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뛰놀다가도 수시로 손을 씻을 수 있게 했고, 화장실 등 위생 환경도 개선돼 수상가옥촌 가운데 있는 학교임에도 청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교실에서는 아이들은 큰 목소리로 질문에 답을 하며 까르르 웃는 등 활력이 넘쳤다.
메디피스 페루지부 관계자는 "기생충을 박멸한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지만 위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감염자가 계속 감소하는 중"이라며 "교사를 대상으로 보건교육을 실시하고 사업 결과를 지역 보건 당국과도 공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학교에서만의 인식개선으로는 부족하기에 보건소의 인력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교육을 실시했다.
다섯 자녀를 둔 학부모로 보건 요원으로 활동하는 로사 아기레 씨의 수상가옥을 방문해 가정에서 위생 지키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봤다.
아기레 씨는 "학부모 모임에서 기생충 구제와 위생 확보를 위한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며 "외출 후나 애완견 및 가축 등을 만진 후 반드시 손 씻기를 하고 강물을 걸러 마시지 않고 돈이 들지만 생수를 마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기레 씨는 "수상가옥은 행정 주소도 없는 상태라 우편물도 받기 어렵다"며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하는데 최근에 눈에 띄게 건강해져 집안에 웃음꽃이 피고 있다"고 기뻐했다.
메디피스 관계자는 "성과를 정리해 연내에 기생충 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할 것"이라며 "보건소 및 보건인력과 학교를 묶는 기생충 관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례회의 및 심포지엄을 열어 노하우 확산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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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