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지켜본 환자·보호자, 일부는 지지하거나 항의하기도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이어 대전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건양대병원 노조도 28일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전충남지역본부 건양대의료원지부는 이날 오전 병원 로비에서 총파업 출정식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인 희생만을 강요하지 말고 노동 조건을 개선하라"며 건양대의료원을 규탄했다.
이들은 건양대의료원이 개원 후 25년 만에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했으나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철저히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건양대의료원은 동급 사립대병원에 비해 임금이 30%까지 차이가 나고, 아직도 주6일 근무를 하면서도 정당한 보상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비상식적 인사제도로 승진 기회는 박탈돼 있고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최하위 직급에 분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임금 구조, 부족한 인력, 비정상적 조직문화, 부당한 인사제도 등 건양대의료원의 낡은 관행과 문화를 바꿔내겠다"며 "재단은 노조의 정당한 요구에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는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출정식을 모두 관심 있게 지켜봤다.
암 환자로 10년 넘게 이 병원에 다니고 있는 이모(70)씨는 외래진료차 병원을 찾았다 총파업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아무래도 나이 많은 나 같은 환자들은 (파업으로 인해) 염려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걱정 없이 병원 다닐 수 있게 빨리 해결이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인 양인숙(65)씨는 "동네에 상급종합병원이 있어서 든든하고 좋은 우리들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처우나 근로 조건이 개선돼야 병원 서비스 질도 좋아지고 우리 같은 시민들한테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며 "저분들(의료인)이 내는 목소리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몇몇 환자와 보호자는 노조를 향해 큰 소리로 항의하기도 했다.
한 중년 남성은 "뇌출혈이 갑자기 왔던 우리 아들은 병원 9곳을 돌면서 죽을 뻔한 적도 있다"며 "환자들 볼모로 파업하는 게 말이 되느냐. 환자들한테 피해주지 말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총파업 첫날인 이날은 아직까지 진료 공백 상황은 발생하진 않았지만, 총파업이 장기화한다면 진료 차질이 우려된다.
건양대병원 직원 2천여명 가운데 조합원은 1천97명으로, 대부분 간호사이며 방사선사·작업치료사·물리치료사·임상병리사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암 환자인 남편 외래진료로 병원을 찾은 보호자 안창남(64)씨는 "오늘 남편의 염증 수치가 높아져서 입원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입원이 가능한지 물어보니 (총파업 때문에) 이미 입원한 환자들도 중증이 아니면 퇴원 수속을 안내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건양대병원 관계자는 "총파업 중에도 응급실과 수술실 등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필수 인력을 유지하게 돼 있는 만큼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비상진료대책반을 운영 중이며 의료진 재배치와 대체 인력 보강 등을 통해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세종충남공공어린이재활병원 노조도 지난 25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 일부 외래진료를 제외한 검사와 치료 등이 중단된 상태다.
병원은 파업 미참여 인원을 중심으로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지만, 전체 직원 98명 가운데 조합원이 77명이라 차질이 불가피하다.
노조는 열악한 임금 체계 개선을 요구했으나 대전시는 재정 부담으로 노조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이 조정 과정에서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일부 수용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와 의견 차이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병원 적자 폭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상 여유가 있지는 않아 노조의 요구안을 모두 다 수용하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원만히 해결돼 다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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