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 제거하고 찢기고 접힌 부분 보강…내달 덕수궁서 실물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광복 후 어떤 국가를 세우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자료가 보존 처리를 거쳐 제 모습을 찾았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국가등록문화유산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의 보존 처리 작업을 마쳤다고 29일 밝혔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은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인 조소앙(본명 조용은·1887∼1958)이 삼균주의(三均主義)에 근거해 독립운동과 향후 국가 건설의 방향을 정리한 친필 문서다.
삼균주의는 개인·민족·국가 간 균등과 정치·경제·교육 균등을 통해 이상사회를 건설하자는 이론을 일컫는다.
1941년 11월 28일 임시정부 국무회의에서 일부 수정을 거쳐 원안대로 채택됐으며, 이후 1948년 제헌헌법의 기본적 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 10장으로 된 초안에는 조소앙이 먹으로 직접 쓴 글씨와 내용을 고심하며 수정한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 가치가 크다. 2018년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초안 곳곳이 손상된 상태였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에 따르면 종이를 반으로 접은 자국이 역력했고, 가장자리에는 찢어진 부분도 있었다. 임시방편으로 셀로판테이프를 붙인 곳도 있었다.
잉크가 번지거나 종이 일부가 얇아진 부분도 발견됐다.
이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보존 처리 작업에 나섰다. 센터는 손상된 부위에 붙어 있던 셀로판테이프를 떼어내고, 유기용제를 사용해 남아있는 접착물도 깔끔하게 제거했다.
또 종이의 산성도(pH)를 조절해 보존 관리가 용이하도록 하고 유사한 재질의 종이를 오리나무 열매를 끓여 만든 염액으로 염색해 손상 부위를 보강했다.
원본 자료가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용 보관 상자도 만들었다.
보존 처리를 마친 건국강령 초안은 전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센터 측은 다음 달 12일부터 10월 12일까지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는 특별전 '빛을 담은 항일유산'에 건국강령 초안 실물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9월 16∼21일에는 덕수궁 덕홍전에서 보존 처리 전 과정을 조명한 전시도 연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관계자는 "중요 기록물에 대한 보존 및 복원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며,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후세에 전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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