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송승기, 8회까지 잘 던지고 0대1로 졌으면…"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의 유쾌한 선제타에, KT 위즈 이강철 감독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사랑스러운 제자들의 첫 맞대결에 감독들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LG와 KT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이날 경기 관심은 LG 선발 송승기와 KT 3번타자 안현민이 어떤 승부를 보여주느냐는 것.
두 사람 모두 올시즌 혜성같이 등장해 기대 이상의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다. '순수 신인'은 아니지만 '중고 신인'으로 신인왕 후보 자격을 갖췄고, 두 사람이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다.
안현민이 1군에 올라오지 못할 때는 올시즌 8승을 따낸 송승기의 독주 체제였지만, 안현민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엄청난 활약을 하자 최근 기세가 역전되는 분위기다. 안현민은 규정 타석을 곧 채우는데, 지금 성적이만 타율-출루율-장타율 압도적 1위가 된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홈런도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먼저 인터뷰에 나선 홈팀 염 감독은 "안현민이 홈런 1개까지 해서 2안타를 치고, 승리는 송승기가 했으면 좋겠다. 홈런은 솔로 홈런이어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당연히 나는 신인왕을 송승기가 받았으면 좋겠지만, 안현민도 워낙 잘하고 있어 끝까지 가봐야 알 것 같다. 송승기는 팀 성적 어드밴티지가 붙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는 선두 한화 이글스를 2경기 차로 쫓는 2위, KT는 4위다. 송승기가 10승 이상을 하고, LG가 정규시즌 우승을 한다면 염 감독 말처럼 송승기가 유리해질 수 있다.
이를 전해들은 이 감독은 "송승기가 8회까지 잘 던졌으면 좋겠다. 대신 우리가 안현민 솔로 홈런으로 1대0으로 이기겠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 감독에게도 신인왕 경쟁에 대한 얘기를 하자 "현민이는 다른쪽 얘기가 들리던데"라고 재치있게 받아쳤다. 최근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니, 신인왕 얘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