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AI(인공지능)가 인간의 직업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 임원 3명 중 1명은 인공지능(AI)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면 사람 대신 AI를 쓰겠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인적관리(HR) 통합 플랫폼 딜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임원급 인사 244명 중 80명(32.5%)은 'AI 효율성이 사람보다 높은 경우 인력 채용을 대체하겠다'고 답했다. 타 기업 사례를 보며 판단하겠다는 비율은 56.7%였다.
◇AI에 위협받는 직업군은?
이런 가운데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미국 내 약 840만 명에 달하는 직종 종사자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MS의 AI 챗봇 '빙 코파일럿(Bing Copilot)'과의 20만 건 이상의 익명 대화 로그를 분석해, AI가 인간 업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AI 적용성 점수(AI applicability score)'를 기준으로 직업군별 위험도를 분류했다.
그 결과, AI에 가장 취약한 40개 직종에는 통역사 및 번역가, 역사학자, 작가, 정치학자, 기자 등이 포함됐다.
이 직업들은 AI가 수행하기 쉬운 정보 제공, 글쓰기, 교육, 조언 등의 업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자동화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고객 응대와 정보 제공을 주 업무로 하는 승무원, 세일즈 담당자, 고객 서비스 직원 역시 높은 위험군에 포함됐다.
MS 연구진은 "AI가 해당 직종의 생산성을 50% 향상시킨다면 기업은 더 많은 일을 적은 인원으로 처리할 수 있어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즉, AI의 효율성은 오히려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 대체 가능성 낮은 직업군은?
하지만 모든 직업이 AI의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선박 엔지니어, 시멘트 기술자, 수도 처리 작업자, 바닥 연마공 등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산업직 종사자들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의료 분야 역시 AI 적용성이 낮은 직종으로 나타났다. 치과의사, 외과 보조, 간호 보조 등은 사람의 손길과 판단력이 중요한 만큼, 자동화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장례지도사, 식기세척원, 소방관, 가사도우미 등도 낮은 AI 위험도를 보였다.
이번 연구를 이끈 MS 선임연구원 키란 톰린슨은 "AI가 직업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특정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며 "AI가 실제 일자리를 줄일지, 혹은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창출할지는 향후 산업의 변화 양상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MS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AI가 어떤 직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직업이 AI의 도움을 받아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톰린슨 연구원은 "AI 기술이 사회 및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정책적 대응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