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민국 수영 '황금세대'가 싱가포르세계수영선수권 계영 800m에서 2연속 메달을 아깝게 놓쳤다.
황선우, 김우민, 김영범(이상 강원특별자치도청), 이호준(제주시청)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계영대표팀은 1일(한국시각) 싱가포르 월드챔피언십 아레나서 열린 2025년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계영 800m 결선에서 7분02초29의 기록으로 결선 진출 8개국 중 5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결선 무대, 한국은 3레인. 2레인 미국(헨리 맥패든, 가브리엘 제트, 루크 홉슨, 렉스 마이클 모러)과 4레인 영국(매튜 리차즈, 제임스 가이, 잭 맥밀란, 던컨 스콧) 사이에서 물살을 갈랐다. 힘차게 박수를 치며 스타트대에 들어섰다. 예선과 마찬가지로 '막내' 김영범이 첫 200m 영자로 나섰다. 50m를 1위로 통과한 후 200m 구간을 1분46초23를 찍었다. '자유형 400m 동메달리스트' 김우민이 200~400m 구간을 역영했다. 첫 100m 구간에서 영국, 중국에 이어 3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200m 구간에서 1분44초66, 호기록이었다. 3위로 이호준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러나 이후 이호준이 5위로 밀렸고 미국이 1위로 올라섰다. 미국, 호주, 영국, 중국에 이어 한국이 5위, 구간기록 1분46초14로 '최종영자' 황선우에게 바통을 넘겼다. 황선우가 사력을 다해 역영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영국, 미국, 호주, 중국의 순위가 그대로 유지됐다. 오히려 '중국 최종영자' 장잔슈오가 2위까지 무섭게 치고 올라왔고 미국이 뒤로 밀렸다. 황선우가 마지막 50m를 남기고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한 채 구간기록 1분45초26, 7분 02초29, 5위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도하 대회 은메달에 이어 2연속 포디움을 목표 삼았으나 오전 예선과 오후 결선 멤버를 달리 한 '두터운 스쿼드'의 경쟁국에 비해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파리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포디움을 놓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파리올림픽 금메달' 영국이 6분59초84로 1위, '파리올림픽 4위' 중국(지신지에, 판잔러, 왕, 장잔슈오)이 7분00초91의 아시아신기록으로 2위, '파리올림픽 동메달' 호주가 7분00초98로 3위, '파리올림픽 은메달' 미국이 7분01초24로 4위에 올랐다.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아시아신기록 금메달을 따낸 후 지난해 도하에서 0,1초차로 금메달을 놓친 황금세대로선 중국과의 맞대결에서 또 한번 패하며 아시아신기록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내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에서 불꽃 튀는 리턴매치를 예약했다.
두고두고 아쉬운 레이스였다. 황금세대 에이스 각자가 보유한 1분44~45초대 기록을 찍었다면 충분히 포디움이 가능했다. 하지만 실전에서 100%를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 선수 4명 중 '1분 44초대'를 기록한 이는 김우민이 유일했다. 중국은 판잔러(1분44초41), 장잔슈오(1분44초60)가 나란히 1분44초대, 영국은 1~3번 영자가 고르게 1분45초대를 찍은 가운데 '최종영자' 던컨 스콧이 1분43초82의 압도적 스퍼트로 7분 벽을 깨고 우승했다. 3위 호주 역시 플린 서덤, 찰리 호크가 1분45초대, 카이 제임스 테일러(1분44초64), 막시밀리언 줄리아니(1분44초92) 등 두 선수가 1분44초대를 기록했다.
세계선수권 계영 포디움은 자타공인 수영 강국의 상징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수영 선진국이 독점해온 종목, 단 8팀만이 올라가는 결선행만도 꿈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황선우, 김우민으로 대표되는 황금세대의 약진과 함께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 2019년 황선우, 이유연, 이호준이 처음으로 나선 광주세계선수권 때 기록은 7분15초05. 황금세대는 이후 5년새 무려 11초를 줄여냈다. 2022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에서 7분06초93의 기록으로 사상 첫 결선행과 함께 6위에 오른 것이 반전 역사의 시작이었다. 2023년 후쿠오카세계선수권에서 7분04초07, 2연속 결선행과 함께 6위에 올랐다. 그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7분01초73, 아시아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해 도하세계선수권에선 7분01초94로 중국(7분01초84)에 0.1초차 금메달을 내줬지만 세계선수권 사상 첫 계영 포디움에 오르며 환호했다. 그러나 미국, 영국, 호주 등 강국들이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베스트 멤버를 내지 않은 탓에 진검승부는 지난해 여름 파리올림픽 무대였다. 황금세대는 사상 첫 메달을 목표 삼았던 올림픽에서 첫 결선행을 이뤘지만 결선서 7분07초26의 저조한 기록으로 또다시 6위에 머물며 눈물을 쏟았다. 월드클래스들의 진검승부에서 '1분 46초대' 제4영자 발굴에 실패한 탓이 컸다. 영국(제임스 가이, 톰 딘, 매튜 리차즈, 던칸 스콧)이 6분59초43으로 금메달, 미국(루크 홉슨, 카슨 포스터, 드루 키블러, 키에런 스미스)이 7분00초78로 은메달, 호주(맥시밀리언 줄리아니, 플린 서덤, 일라이자 위닝턴, 토마스 닐)가 7분01초98로 동메달을 가져갔다. '46초대 영자만 있었어도' '항저우아시안게임 기록만 나왔어도'라는 아쉬움이 쏟아졌다.
1년 만의 세계선수권 무대를 앞두고 황금세대의 오랜 고민을 단번에 날릴 '난세의 영웅'이 나타났다. '접영 한신 보유자'인 김영범이 자유형 단거리에서도 눈부신 기록 성장을 보인 것. 키 1m95, 윙스팬 2m16의 우월한 피지컬, 2006년생 막내 김영범은 6월 광주전국수영선수권 자유형 200m에선 1분46초13의 호기록으로 '46초대 4번째 영자'의 마지막 퍼즐을 맞춰냈다. 한국 수영의 새 희망으로 계영 800m 메달, 한국신기록 경신의 기대를 부풀렸다. 김영범 역시 세계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계영 800m는 세계신기록이 목표"라는 패기 넘치는 출사표로 분위기를 바짝 끌어올렸고, 이번 대회 계영 800m 첫 영자로 나서 1분45초72의 '개인최고기록'을 찍으며 분전했다. 하지만 첫 계영 결선 포디움에선 예선의 최고기록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도 역시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때의 기록만 나왔어도'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경기 직후 황금세대 4명은 올댓스포츠를 통해 전해온 소감 영상에서 '희망'을 노래했다. 황선우는 "7분02초29라는 나쁘지 않은 기록으로 마쳤다. 새로운 멤버가 들어왔고 다함께 뜻깊은 레이스를 했다. 내년 아시안게임을 잘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우민은 "계영을 잘 마쳐서 후련하다. 좀 아쉽기도 했지만 (김)영범이가 처음 뛰는데 굉장히 잘해줬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다음 경기에서 더 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애 첫 세계선수권 단체전 물살을 가른 김영범은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뜻깊은 대회라고 생각한다. 좀더 열심히 해서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호준은 "결과는 아쉽지만 우리 최고기록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고무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잘하지 못한 게 팀원들에게 미안하지만 그 마음으로 좀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하 대회에서 황선우(자유형 200m), 김우민(자유형 400m)의 금메달, 계영 800m 은메달 등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대한민국 자유형 황금세대는 김우민의 자유형 400m 동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세계선수권의 아쉬움을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떨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