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 본다."
영광의 MVP 출신, 로하스의 KBO리그 여정이 마무리 수순이다.
KT 위즈는 2020 시즌 정규시즌 MVP이자 6시즌을 함께한 외국인 타자 로하스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KT는 새 외국인 타자로 스티븐슨을 선택했다. 스티븐슨은 좌투좌타 외야수. 배정대의 부상 이탈로 KT의 고민이 된 중견수 수비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타격에서도 중장거리 유형의 스타일. KT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적임자로 꼽힌다. 지난해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뛴 경력도 있어, 아시아 야구 적응도 큰 문제가 없을 전망.
새 선수에 대한 기대와는 별개로 팬들 입장에서는 로하스를 보지 못하는게 아쉬운 일이 됐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늘 밝고 유쾌한 모습을 잃지 않았고 팬서비스도 으뜸이었다.
로하스는 일본에서 실패한 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다시 돌아왔는데, '나 죽지 않았다'고 시위하듯 전경기 출전에 타율 3할2푼9리 32홈런 112타점을 기록했다. 한 시즌 반짝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미 보여준게 너무 많았다. KT도 올시즌을 앞두고 180만달러 전액 보장 최고 연봉을 안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시즌 급추락 했다. 퇴출 전까지 타율 2할3푼9리 14홈런 43타점. 홈런은 제법 됐지만, 대부분 승부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영양가 없는 내용이 많았다. 6월에 2군에도 다녀온 후에는 더 못쳤다. 아예 방망이에 공을 맞히지 못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미스터리한 일이다. 프로 선수가 매 시즌 똑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한 시즌 만에 이렇게 급추락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로하스가 타율 2할8푼 20홈런 80타점 정도를 할 수 있는 시즌이었다면 '충격 부진' 이런 말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그의 야구는 말 그대로 '수직 하강'이었다.
올해로 35세다. '꺾일 수' 있는 나이이기는 하다. 선수 생활 황혼기에는 한 해, 한 해가 다르다고 한다. 특히 홈런을 쳐야하는 파워히터들에게는 세월의 흐름이 더욱 무섭다. 근력, 순발력 등이 빠르게 저하된다. 그런데 한 살 더 먹은 걸로 부진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애매하다. 특별한 부상도 없었다.
그렇다면 심리적 문제일까. 가정사라도 있었을까.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인센티브가 없지만 로하스는 대충 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 하려다 꼬인 시즌일 수 있다. 초반부터 성적이 나지 않으니, 만회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전반기 막판과 후반기 초반 '멘붕'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변화구만 떨어지면 방망이를 참지 못했고, 눈물을 금방이라도 터뜨릴 듯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됐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꼬였을까. 굳이 단서를 찾아보자면, 타격폼 변화다. 로하스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잘하고 싶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어퍼 스윙'으로 궤적을 바꿔보려 했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았고, 원래 본인의 스윙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이마저 잘 안되자 우왕좌왕 했다. 그래도 로하스 레벨의 타자가 잠시 타격폼에 손을 댔다고, 이 정도로 무너졌다는 것도 믿기 힘든 게 사실이다.
KT 관계자는 "코칭스태프, 프런트 다 포함 구단 내 누구도 로하스가 이렇게 심각한 부진을 보일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이런 극단적 사례는 정말 처음보는 것 같다. 우리도 당황스러웠다. 로하스는 KT에 정말 중요한 선수였고, 아쉽지만 이제는 스티븐슨이 잘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