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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박찬호→홍명보→오타니, 그리고 손흥민…LA가 아시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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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손흥민(33·토트넘 홋스퍼)의 미국행이 사실상 공식 발표 만을 남겨둔 모양새다.

기브미스포트를 비롯한 영국 현지 매체들은 4일(한국시각)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엔젤레스(LA)FC가 토트넘, 손흥민과 협상을 완료했으며, 영입 작업은 마무리 단계'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자회견에서 토트넘과 결별을 발표했고,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뉴캐슬전에서 후반 중반 교체 때 양팀 선수들이 도열하는 '가드 오브 아너'를 받으며 피치를 빠져나가 10년 간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손흥민의 새 행선지로 거론되고 있는 LAFC는 LA갤럭시와 함께 LA를 연고로 하는 팀. 2014년 창단해 2018년 MLS에 정식 참가했다. 스포츠스타인 매직 존슨과 노마 가르시아파라, 미아 햄 뿐만 아니라 방송인 윌 페럴 등이 공동 구단주다. MLS 첫 시즌 멕시코 대표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카를로스 벨라를 영입해 인기몰이를 하면서 짧은 역사에도 갤럭시와 함께 LA를 대표하는 팀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엔 프랑스 대표 출신인 올리비에 지루가 지정선수로 뛰었고, 토트넘 시절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었던 위고 요리스가 현재 주장이다.

LAFC가 손흥민에게 제시한 조건은 MLS 전체 3위 규모로 알려졌다. 영국 축구전문매체 팀토크는 LAFC가 이적료 1500만파운드(약 275억원), 연봉 약 1000만달러(약 138억원)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토트넘에서 주급 19만파운드(약 3억4000만원)를 받았던 손흥민의 연봉은 160억원 규모로 추측된 바 있다. 금액은 줄었지만, LAFC가 제시한 조건은 리그 규모를 고려하면 토트넘 시절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현재 MLS 최고 연봉자는 2040만달러(약 332억원)를 받고 있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다. 로렌조 인시네(토론토·1540만달러·약 213억원), 세르히오 부스케츠(인터 마이애미·870만달러·약 120억원)가 뒤를 잇고 있다. 손흥민은 메시, 인시네에 이은 MLS 3위 연봉을 받게 된다.

이번 영입을 위해 LAFC는 상당한 공을 들였다. 존 토링턴 단장이 영국 런던으로 건너와 손흥민을 직접 설득했다. 이적료와 연봉 규모 역시 구단 규모보다 훨씬 큰 수준. 당초 잔류에 무게를 실었던 토트넘과 손흥민도 결국 결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LAFC가 이런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영국 포포투는 'LAFC는 손흥민 영입에 투자한 비용 상당 부분을 수익사업으로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토트넘 홈 경기 때마다 손흥민의 유니폼은 700장 이상 판매된다. 이는 모든 선수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손흥민을 보기 위해 한국에서 영국까지 찾아온 팬도 늘었다'고 소개했다. 축구 재정 전문가 키어런 매과이어는 "한국 팬들은 손흥민 유니폼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쇼핑백 두 개를 손흥민 굿즈로 가득 채운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난다면 재정적 측면에서 약간의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트넘이 누렸던 '손흥민 특수'가 LAFC에서 재현된다면, 투자 금액 회수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LAFC는 17차례 홈 경기에 총 37만6065명, 경기당 평균 2만2121명을 동원했다. 홈구장 BMO스타디움의 수용규모(2만2000석)을 채우고 넘치긴 했으나, MLS 전체 30팀 중 13위 규모다. 지역 라이벌인 갤럭시가 17경기 총 44만4303명, 경기당 평균 2만6135명을 동원한 것보다 열세. 관중 동원으로 수입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다양한 마케팅이 수반돼야 하는 상황에서 스타가 절실했다. 미국 최대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 LA를 연고로 하는 LAFC에 손흥민은 이런 흥행전략의 히든카드인 셈이다.

LA는 그동안 아시아 스포츠 스타들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토네이도' 노모 히데오가 처음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것을 시작으로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흥행 계보를 이어 받았다. 다저스는 지난해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영입한 데 이어 올 시즌을 앞두고 김혜성, 사사키 로키를 영입하면서 '아시안 커넥션'을 이어갔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2시즌 연속 MLB 관중동원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저스지만, 2023년까지는 관중수가 등락을 거듭하는 정체 상태였다. 코로나19 종식으로 관중 입장이 정상화된 2022년 4만7671명이었던 평균관중 수가 2023년엔 4만7371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오타니와 야마모토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지난해 홈 평균관중 4만8657명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고, 김혜성과 사사키까지 합류한 올 시즌엔 경기당 평균 5만191명으로 21세기 들어 팀 처음으로 '평관 5만 시대'를 열었다. 21세기 들어 MLB 평균관중 5만명을 달성한 팀은 뉴욕 양키스(2005~2008년), 뉴욕 메츠(2008년) 두 팀 뿐이다. '아시안 티켓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부분.

LA 축구계도 '아시안 파워'를 일찍이 경험한 바 있다. 2002 한-일월드컵을 마친 뒤 갤럭시에 입단한 홍명보(현 국가대표팀 감독)가 주인공. 당시 노쇠했다는 평가 속에 성공여부에 물음표가 붙었지만, 곧바로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리그 외국인 베스트11에 선정되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갤럭시는 한인 교민 팬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방한 초청경기를 치르는 등 '한국 특수'를 제대로 누린 바 있다. 그동안 히스패닉 위주였던 LA 축구 흥행이 손흥민 영입을 계기로 '한류'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