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옆에서 아무리 '괜찮다, 힘내라'고 해도..."
현역 때 아무리 방망이를 잘 친 강타자 출신 감독이라도, 다른 사람의 슬럼프 탈출 방법까지 어떻게 해줄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외국인 타자 위즈덤을 바라보는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의 심경이다.
위즈덤이 추락하고 있다. 8일 NC 다이노스전 3연속 루킹 삼진을 당하는 등, 타격감을 완전히 잃은 모습이다. 최근 10경기 타율 1할1푼4리 1홈런 2타점 14삼진. 그래도 잊지 않고 나오던 홈런도 거의 실종 상태다. 헛스윙은 점점 늘어간다.
왜 이렇게 경기력이 떨어지는지 추측해볼 수 있는 부분은 있다. 상대 유인구에 승부 초반부터 방망이가 나가며 카운트 싸움에서 몰리고, 머릿속 생각이 많아지다보니 타석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멘붕'의 상황까지 치달은 걸로 보인다. 최근 경기를 보면 그냥 부진한 게 아니라,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자체가 어렵다.
이 감독도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3연속 루킹 삼진 상황을 보면, 마지막 삼진을 당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전에 칠 수 있는 공들이 있는데 그런 게 헛스윙이 되고 파울이 된다. 그러면 투수들은 유리한 카운트에서 더 깊숙한 코스로 던질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위즈덤은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위즈덤의 루킹 삼진을 보면 NC전 첫 번째 삼진은 한가운데 직구를 놓쳤다. 두 번째는 바깥쪽 커브, 세 번째는 다시 한가운데 커브였다. 이 감독은 "타자가 루킹 삼진을 당하는 건, 그게 볼처럼 보인다는 거다. 투수들이 치기 어려운, 까다로운 코스로 계속 공을 던지니 자기 생각에는 볼인 것 같은데 스트라이크가 되며 삼진이 되고 거기서부터 존에 대한 혼동이 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감독은 이어 "첫 타석 한가운데 직구는 원래 위즈덤이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공이었다. 본인한테는 그게 낮게 보였을 수 있다. 아니면 공 스핀을 보고 변화구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거기서도 방망이가 못 나가길래 컨디션이 매우 안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자가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그렇게 다른 코스로 들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좋을 때는 공이 수박만하게 보인다고 하지 않나. 지금 위즈덤은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타석에 들어갈 때마다 '안타가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는 것 같다. 옆에서 아무리 '괜찮다, 힘내라'고 해도 결국 본인이 홈런도 치고 안타도 치고 해야 심리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 결국 해결책은 타석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결책도 살짝 제시했다. NC 외국인 타자 데이비슨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감독은 "데이비슨은 눈에 보이면 일단 치는 스타일이다. 그러면 투수가 압박을 받는다. 반대로 위즈덤은 기다렸다 자신이 원하는 공을 골라 치는 유형이다. 그러니 카운트 싸움에서 불리해지는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은 적극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창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