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대구FC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 전반 34분쯤, 대구 공격수 세징야는 하프라인에서 서울 골문을 향해 초장거리 슛을 시도했다. 서울 골키퍼 강현무가 골문을 비우고 나온 틈을 이용해 '모험'을 걸었다. 세징야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강하고 빠르게 휘어 골문 방향으로 날아갔다. 화들짝 놀란 강현무는 부랴부랴 골문쪽을 향해 뒷걸음을 치다 골 에어리어 부근에서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그 이후 공은 골망을 철썩 때렸고, 그렇게 '원더골'이 작성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50m가 넘는 지점에서 공을 감아찬 세징야의 남다른 스킬에 극찬이 주를 이뤘다. 가정이지만, 강현무가 넘어지지 않고 속도를 살려 달려갔다면 어땠을까? 골키퍼가 기습적인 초장거리 슛을 가까스로 막아내는 장면은 셀 수 없이 많다. 원더골을 막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공을 건드릴 수 있진 않았을까? 그랬다면 아쉬움이 덜하진 않았을까?
문제는 그라운드 위로 넘어진 골키퍼가 강현무라는 데 있다. 시즌 내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골키퍼가 어쩌다 한번 넘어진 건 한번의 실수 정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올해 강현무는 유달리 잦은 실수로 서울 수비진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월 수원FC와의 15라운드 경기에서 야잔의 패스를 받은 강현무는 킥할 곳을 찾다 공을 빼앗기며 안데르손(현 서울)에게 동점골을 헌납했다. 서울은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대1로 비겼다. 수원FC전 다음 홈경기인 제주와의 17라운드에선 후반 22분 유인수의 헤더 슈팅 상황에서 역동작이 걸린 강현무는 미끄러지며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서울은 제주전 1대3 패배로 5경기 연속 무패에 종지부를 찍었다. 서울은 5월초 전북과의 11라운드에서 유효슛 9대2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를 하고도 0대1로 무릎 꿇었다. 당시 전북 골키퍼 송범근은 8개의 '미친 선방'을 선보였고, 강현무는 2개의 유효슛 중 한 개를 선방하고, 나머지 한 개(송민규)를 실점했다. 골키퍼의 차이가 승부를 가른 경기 중 하나였고, 17라운드 제주전에서도 제주 골키퍼 김동준은 9개를 선방했다.
강현무는 지난해 여름 골문 불안을 지우기 위해 김기동 감독(서울)이 영입한 골키퍼다. 포항에서 김 감독과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은 강현무는 지난 시즌 0점대 방어율(경기당 약 0.92골)을 보이며 서울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리그 4위) 진출을 뒷받침했다. 올 시즌 현재까지 실점율은 25경기 25골(경기당 1골)로, 지난 시즌과 별반 다르지 않다. 평균 무실점 비율도 지난해 38.5%에서 올해 36%로,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팀이 반등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타이밍에 연거푸 '보이는 실수'와 '습관적 멀티 실점'으로 힘이 빠지게 만든다. 강현무의 올해 멀티 실점 비율은 28%(7회)로, 서울 입단 후 지난해 15.4%(2회)를 훌쩍 뛰어넘는다. 서울은 25라운드 대구전에서 2골을 내주며 2대2로 비겼고, 23라운드 제주 원정에선 2대3으로 패했다. 강현무는 서울 입단 후 3년만에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고, 올해 3월에도 3경기 연속 무실점을 작성했다. 강현무가 벌어다준 승점은 셀 수 없이 많다. 다만 최근엔 선수 본인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강현무의 선방률은 64.8%(통계업체 풋몹 기준)로, K리그1 12개팀 주전 골키퍼 중 가장 낮다. 서울이 4~5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골문에 변화가 필요해보이는 타이밍이지만, 일단 김 감독은 "자꾸 실수가 나오지만, (강현무)스스로 잘 마음을 잡아야 한다"라며 믿음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은 3위 김천(17일), 6위 울산(24일)과 부담스러운 2연전을 치른다. 자칫 미끄러지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경쟁에서 어려움에 놓일 수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