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분야 국정과제 '실종'…제시된 과제들도 '원론' 그쳐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탄소중립 실현'과 같은 큰 틀의 기후정책은 환경부가 맡고 에너지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맡는 '투트랙'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부 또는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이 미뤄진 영향으로 보인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발표할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 관련 과제는 환경부, 에너지 관련 과제는 산업부가 담당으로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환경부가 맡은 과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탄소중립 실현'과 '국가 기후적응 역량 강화' 등이다. 산업부엔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 '탄소중립을 위한 경제구조 개혁' 등의 과제가 부여됐다.
환경부가 탄소중립과 같은 기후정책을 총괄하지만, 이를 이행하는데 핵심적인 에너지정책은 산업부가 맡는 현재 구조를 그대로 가져간 것이다.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목표와 이를 이행할 수단을 한 부처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
이후 국정기획위는 환경부 기후정책실과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을 합쳐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과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을 환경부에 넘겨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저울질해왔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또는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 방안을 두고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산업·통상정책과 에너지정책 담당 부처가 달라지며 산업계 요구나 수요는 반영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만 초점을 맞춘 에너지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후환경에너지부가 되면 기후정책과 에너지정책이 부처 '주 업무'가 되면서 다른 정책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걱정도 환경부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 정부 때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이 빈번해질 상황에 대비한다면서 환경부가 댐 신설과 하천 준설을 추진하자 환경부로 물관리를 일원화한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수량과 수질, 수생태계를 두루 고려해서 물관리를 하라는 것이 일원화 취지였는데 일원화 이후에도 국토교통부 출신들이 물 정책을 주도하면서 예전 방식의 치수책이 수립·추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비슷한 일이 기후환경에너지부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등을 통해 공개된 국정과제가 그대로 확정되면 '환경 홀대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23개 국정과제 중 환경 분야 과제는 5개에 그친다.
환경 분야 국정과제들은 5개 국정목표 중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 아래의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전략 아래 배치됐다. 기후위기 대응이나 환경 보전이 독립된 국정목표가 되지 못한 것이다.
환경 분야 과제는 '지속가능 미래를 위한 탄소중립 실현',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 '국가 기후위기 적응 역량 강화', '모두가 누리는 쾌적한 환경 구현', '4대강 자연성 및 한반도 생물다양성 회복' 등으로 대체로 이전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새로운 것 없는 원론적인 내용에 해당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봐도 도전적인 내용은 없었다.
국정기획위 분과별 설명 부분을 보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책임 달성'을 위해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 감축 경로를 마련한다'라는 계획이 제시됐는데 이는 기후위기 심화와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일에 그친다.
'육상 보호지역 30% 확대'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13㎍/㎥까지 하향' 등은 국제사회의 약속이거나 이미 수립된 계획에 반영된 목표치다.
'12대 중점 전략과제 관리방안'도 환경 관련 내용은 기존 목표 되풀이였다.
대표적으로 현재 35.1GW(기가와트)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78GW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은 올해 초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목표치 그대로다.
페트병과 배터리 제조 시 재생원료 사용률을 2030년까지 각각 30%와 10%로 높이는 방안도 이전 정부 때 이미 제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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