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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말기' 연명의료 중단 시점 확대될까…마지막 달 의료비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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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3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한 시점을 현재의 '임종 과정'에서 '말기' 환자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망이 임박한 시점이 아닌, 수개월 내 사망이 예측되는 말기 상태부터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말기와 임종 과정이 구분이 쉽지 않은 데다 제도 취지를 살려 생애 말기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이와 관련 연명의료 중단 결정 시점이 임종 한 달 이전일 경우 마지막 달 의료비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연명의료결정제도 효과분석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2023년 사망자 약 35만 명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그룹(4만4425명)과 그렇지 않은 일반 사망 그룹(4만4425명)의 생애 말기 의료비를 정밀 비교 분석한 결과, 사망 30일 이전에 미리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고 이행한 환자의 마지막 한 달 의료비는 평균 약 46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 사망자 그룹의 같은 기간 의료비(약 910만 원)의 절반이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 직접적인 연명의료에 드는 비용 역시, 한 달 전 결정 시 약 50만 원으로 일반 사망자(189만 원)의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연명의료 중단을 이행한 사망자의 약 73%가 사망하기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망 8일에서 30일 사이에 중단을 결정한 그룹은, 마지막 달 의료비가 무려 1800만 원에 달해 일반 사망자보다 두 배 가까이 큰 비용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결정했을 경우가 가족이 결정했을 때보다 생애 말기 의료비가 더 낮았다.

또한, 연명의료결정제도는 법률로 정해진 7가지 연명의료(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인공호흡기 등) 외에도 고가의 CT 촬영이나 고영양수액제 처방 비율이 낮았다. 또한 중환자실 이용률이 낮은 대신 호스피스 이용률은 더 높았다.

보고서는 "사망이 임박해서 결정을 내리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세울 경우 사망 전 의료비가 낮아짐을 확인했다"며 "환자가 숙고를 통해 자기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보다 이른 시점부터 사전돌봄 계획 수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에서도 대다수가 이같은 방향에 찬성하는 추세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연구에서 관련 의학회 27곳 중 22곳(81.5%)이 연명의료 중단 시점을 앞당기는 데 찬성했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취임 전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의 이행은 임종기에 국한돼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최선의 이익 보장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있어 이행 범위 확대(임종기→말기) 검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