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보고서…"공급망 안정·新통상협력 등은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보호무역주의 부상으로 10년 넘게 공전하고 있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한일 FTA가 체결되면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3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경제이슈-한일 FTA 추진 시 예상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일 정부는 지난 2003년 FTA 체결을 위한 1차 협상 이후 이듬해까지 6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이견으로 중단한 바 있다. 이후 협상 재개를 모색했으나 2012년을 마지막으로 협의가 끊겼다.
이후에는 중국까지 포함한 한중일 FTA가 추진됐으나 이 역시 2019년 이후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간 패권 경쟁 등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한일 간 경제 협력과 FTA 체결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일본 수출은 296억달러, 수입은 475억9천만달러로 각각 전 세계 수출과 수입에서 4.3%와 7.5%를 차지한다.
현재 한일 양국의 서로에 대한 수입 관세율은 2022년 2월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라 적용되고 있다. 다만, RCEP의 시장 개방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최근 3년간 한국의 대일본 가중 평균 수입 관세율은 2.67%로, 100대 수입 품목 중 상위 15개의 관세는 1.5∼8.0% 수준이다.
100대 수입 품목 가운데 54개가 현재 유관세로, 한일 FTA 체결 시 석유화학, 플라스틱, 전기기계류 등 품목의 수입 관세율 인하가 예상된다.
보고서는 한일 FTA가 추진되는 경우 상품 개방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수준을 따르되 민감한 분야는 제외하거나 별도로 협상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CPTPP 회원국의 관세 즉시 철폐 비중은 80∼100% 수준이다.
한일 FTA가 CPTPP 수준에서 체결되는 경우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제품 등의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대일본 수출의 경우 일부 화학 및 플라스틱 제품을 제외하면 관세율 인하로 기대되는 수출 증대 효과는 제한적이어서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일부 식료품 등에서 대일본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으나 식료품을 포함하는 농수산품 분야의 시장 개방은 한국 측에도 민감한 문제라는 점에서 무역 자유화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한일 FTA 체결에 따른 무역 적자 확대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면서도 "한일 FTA의 경제적 영향은 단순한 무역수지 증감에 대한 선호를 넘어 소비자,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소비·생산활동, 후생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정환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일 FTA는 한일 제조업 분업 구조와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양국의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신통상 의제의 협력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며 "양국 간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갈등에 대한 예방 및 완충 장치 역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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