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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영구결번 레전드도 절레절레 "하주석 오해일뿐…자극하려는 거 아냐" 갑작스런 벤클 → 빠른 사과로 마무리 [창원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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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앞선 문동주의 사고가 선수들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든 걸까.

16일 창원 NC파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도중 불필요한 감정 충돌이 있었다. 6회초 경기 도중 양팀 선수단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오는 '벤치클리어링'이 펼쳐졌다.

NC가 5-4로 1점 앞선 6회초, 한화 선두타자는 하주석이었다. NC는 선발 신민혁이 그대로 마운드를 지켰다.

신민혁은 앞선 이닝에서 한화 노시환에게 동점 투런포를 허용했지만, 타선의 분발로 다시 승리투수 조건을 갖춘 상황. 그는 볼카운트 2B2S에서 체인지업을 던져 하주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순간 신민혁은 뜨겁게 포효한 뒤 돌아섰다. 그런데 이때 하주석의 눈치가 미묘했다. 그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지 않고 신민혁을 손짓하며 "야, 야!"라고 불러세웠다. 거친 동작으로 마운드를 향해 내딛었다.

정작 신민혁은 돌아선 상태라 상황을 몰랐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이를 지켜보던 NC 2루수 박민우였다. 박민우는 날듯이 달려와 일단 하주석을 가로막았다. 이어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왔고, 신민혁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모자를 벗고 사과의 뜻을 표했다. 하주석은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하며 잠시 그라운드에 머무르다 동료들에 이끌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약 2분만에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날의 벤치클리어링은 여러모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신민혁의 삼진 포효가 거슬렸을 수는 있다. 보통 투수의 세리머니는 이닝을 마무리하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며 하는 경우가 많다. 하주석은 선두타자였던 만큼, 상대팀에 대한 도발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빠던(배트 던지기)'이 문화인 리그다. 엄숙주의와 불문율이 가득한 메이저리그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하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몸쪽볼의 고의성을 두고 타자가 발끈하는 경우는 있어도, 마운드 위에서 하는 포효 때문에 분노하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양팀 선수단의 분위기가 보기보다 날이 서 있었을수도 있다. 고의성은 없었지만, 전날 경기에서 한화는 최재훈(2개) 노시환 심우준(이상 1개) 등이 줄줄이 몸에맞는볼을 기록하며 다소 언짢아하는 기색도 있었다. 이호준 NC 감독 역시 경기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꾸 몸에 맞는 볼이 나와서 한화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직구가 아니고 변화구였어서 다행이다"리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만 정작 벤치클리어링 후 양팀 선수단 역시 특별히 추가적인 움직임이나 감정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없었다. 한화 선수들은 하주석을 말리는데, NC 선수들은 신민혁을 위로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정민철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한화에서만 16시즌간 활약한 원클럽맨(국내 기준)이다. 통산 161승(역대 4위)을 기록하며 등번호 23번을 한화 영구결번으로 장식한 레전드이기도 하다. 은퇴 후에는 한화 구단에서 단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런 정민철 위원조차 이날 상황에는 당황스러워했다. 그는 하주석의 행동에 대해 "불필요한 접촉이었다"면서 "하주석이 오해한 것 같다. 신민혁에게 자극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화는 선발 문동주가 4회말 NC 최정원의 타구에 맞아 교체되는 사고가 있었다. 문동주는 한동안 고통스러워한 끝에 교체됐지만, 아이싱을 마치고 병원행 대신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한화 구단은 "당일 병원 검진 계획은 일단 없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에선 NC가 8회말 터진 천재환의 결승포를 앞세워 9대6으로 승리했다. 한화 노시환은 연타석 동점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분전했지만, 아쉬움을 삼켰다. 한화는 6연승 행진이 끊겼다.

창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