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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의 상처 '무명천 할머니' 21주기 추모 문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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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4·3 당시 턱에 총탄을 맞은 후 평생 턱과 머리를 무명천으로 감싸고 살았던 고(故) 진아영(1914∼2004) 할머니를 추모하는 문화사업이 열린다.
무명천진아영할머니삶터보존회와 월령리마을회는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 21주기 추모 문화사업 '이어 이어라'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올해 추모 문화사업은 오는 30일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진아영 할머니를 기리는 추모 전시로 시작된다.
당일 저녁에는 서귀포여고 밴드 '울림', JMA 청소년 밴드', 대안학교인 보물섬학교 학생 '소금인형과 굴렁쇠', 일반인 밴드 '늦은오후'가 참여하는 무명천 버스킹이 진행된다.
내달 8일에는 진아영 할머니가 살았던 한림읍 월령리 마을 해변공연장에서 추모문화제를 한다.
역사를 노래하는 산오락회의 노래, 윤정애·김은이의 춤, 인형극 기억의 손길, 대안학교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의 노래, 국악연희단 하나아트의 공연, 고덕유의 굿이 이어진다.
월령리 마을에서도 이달 31일부터 내달 6일까지 추모 전시가 열린다.

진아영 할머니는 4.3사건이 일어난 다음 해인 1949년 1월 35살의 나이에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집 앞에서 경찰이 무장대로 오인해 발사한 총탄에 턱을 맞고 쓰러진 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는 그 후 55년간 말을 할 수도 없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가 90살이 되던 2004년 9월 한림읍의 한 병원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총탄에 살점이 떨어져 나간 턱을 감추기 위해 돌아가시는 날까지 턱에 무명천을 두르고 살면서 음식을 먹을 때나 물 한 잔을 마실 때도 남들에게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진통제와 링거액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살았던 그가 죽을 때까지 국가가 해준 것은 후유장애를 인정해 지원한 850여만원의 치료비뿐이었다.
제주도 내 사회단체 관계자와 마을 주민 등이 진아영 할머니 삶터 보존회를 만들어 지난해까지 집과 유품 등을 보전해왔으며, 지난해 제주도가 유족들에게서 기부채납을 받아 4·3 유적지로 관리하고 있다.

khc@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