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시공 의무 인정되나, 벌점 부과 조항 지나치게 확장해석"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국토관리청이 5년 전 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 중 일어난 지반침하 사고의 책임을 물어 시공사에 벌점을 부과한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행정1부(천종호 부장판사)는 SK에코플란트, 코오롱글로벌 등 부전∼마산 복선전철 시공사 4곳이 부산국토청을 상대로 낸 '벌점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2020년 3월 17일 부전∼마산 복선전철 제2공구에서 피난 연결갱 공사 중 지하수 유입과 함께 지반이 무너져 본설 터널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침하 규모는 둘레 50m 깊이 20m로, 들어찬 물을 빼는 데만 3년이 걸리며 공사는 공정률 97.8%에서 5년간 멈췄다.
국토청은 이에 2020년 6월 시공사들이 연약지반 보강용 차수 공법(CSS·CGS 공법)을 할 때 '시험시공'을 하지 않았다며 벌점 2점을 줬다.
'시험시공계획서'를 만들지 않아 시험시공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벌점관리 기준상 '품질관리계획 누락' 항목을 유추 적용해 벌점 부과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시공사들이 시험시공을 할 의무는 있다고 보면서도, 벌점이 부과된 근거가 지나치게 과도해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정한 공법에 대한 '시험시공계획서'를 공사 전체에 대한 '품질관리계획서'와 유사하게 보고 이에 대한 누락 조항을 근거 법규로 적용한 것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개정 벌점 기준에는 토공사의 시공이나 관리를 소홀히 해 토사 붕괴, 지반침하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벌점 1점이 부과되도록 하고 있다"면서 "행정 법규를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을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것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선고 이후 국토청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1심은 확정됐다.
한편, 부전∼마산 복선전철 시행사인 '스마트레일'은 지난 3월 국토부를 상대로 9천억원대 공사비 증가분 청구 소송을 냈다.
스마트레일은 지반 침하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재해 등 불가항력 사유가 발생하면 주무관청이 발생 비용의 80%를 보상한다'는 협약에 근거해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사고가 불가항력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read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