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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부활? 한참 멀었다' SF 이정후 오늘은 운 좋았다. 행운이 만든 7G 연속안타, 실상은 하트히트 제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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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 정도 플레이에 대해 '부활'이라는 표현을 붙일 수 있을까.

냉정히 말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전혀 펼치지 못하고 있다. 8월 들어 좀 살아난 듯 하지만,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연속경기 안타 기록은 이어갔지만, 실력보다는 행운이 깃든 결과였다. 실제 내용면에서는 하드히트(정타)를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다.

이정후가 7경기 연속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8월 들어 두 번째로 달성한 7경기 연속안타다.

이정후는 19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 6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정후는 지난 12일 샌디에이고전부터 시작된 연속경기 안타를 7경기로 늘렸다.

일단 '8월의 이정후'는 꽤 좋은 타자처럼 보인다. 8월 시작과 함께 '8경기 연속안타'를 치더니 한 경기 휴식 후 다시 7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고 있다. 8월에 치른 16경기 중 15경기에서 안타를 기록 중이다.

덕분에 8월 월간 타율은 0.333(60타수 20안타)에 이른다. 타격감이 한창 좋았던 지난 4월 월간타율(0.324)를 살짝 넘어선 좋은 수치다.

이렇듯 수치상으로만 보면 이정후는 상당히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착각일 뿐이다. 시즌 성적은 아직도 0.260(447타수 116안타)에 불과하다. 이정후가 올해 팀내 5위 수준의 연봉(1600만달러)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너무 미진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7경기 연속 안타'라는 표현으로 보기좋게 포장된 최근의 경기 내용도 사실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이 기간 중 멀티히트는 단 1경기(17일 탬파베이전 4타수 2안타) 뿐이었다. 무엇보다 타점이 단 1개도 없었고, 득점도 단 2점에 그쳤을 뿐이다. 이정후가 연속안타를 이어간 7경기 중 팀이 이긴 건 2경기 뿐이다.

특히나 이정후는 7경기 중 3경기에서 마이너스 WPA(승리확률기여도)를 기록했다. 이는 공수에 걸쳐 이정후가 팀의 승리에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팬들의 큰 성원 때문에 잘 부각되지 않을 뿐, 현재까지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2년차 시즌은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불어 7경기 연속안타를 완성한 19일 샌디에이고전은 타격면에서도 부진한 모습이 재현되고 있었다. 운이 좋아서 안타 1개를 얻었을 뿐이다.

이정후의 타격감이 나쁘다는 증거는 이날 네 번의 타석에서 타구속도 시속 95마일(시속 153㎞)이상의 하드히트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95마일은 커녕 90마일(약 145㎞)을 넘긴 타구조차 없었다. 정확한 콘택트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타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정후는 이날 4-0으로 앞선 1회초 상대 선발 네스토르 코르테스를 상대로 1B2S에서 들어온 4구째 바깥쪽 낮은 코스의 78.7마일 짜리 스위퍼를 받아쳤다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타구 속도는 86.5마일에 불과했다.

3회초 1사 1루때 나온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안타를 치긴 했다. 이정후는 높은 코스로 날아온 코르테스의 초구 커터(85.9마일)를 보고 배트를 휘둘렀다. 배트 윗부분에 살짝 빗맞은 타구는 강한 역회전이 걸리며 중견수 앞쪽 62m 지점에 뚝 떨어졌다.

타구가 내외야의 애매한 중간지점에 떨어지면서 행운의 안타가 됐다. 이때 타구속도는 불과 64.7마일이었다. 말 그대로 살짝 얻어걸린 타구가 운좋게 안타가 된 케이스다.

그러나 이정후의 행운은 여기까지였다. 5회초 2사 1루 때 다시 코르테스를 만난 이정후는 초구 볼에 이어 2구째 몸쪽 포심 패스트볼(90.2마일)이 살짝 높은 코스로 들어오자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이번 타구속도는 87.9마일. 이날 가장 강한 힘이 실렸다. 하지만 안타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샌디에이고 중견수 브라이스 존슨이 여유있게 잡았다.

이정후의 마지막 타석은 4-3으로 추격당한 8회초였다. 선두타자로 나온 이정후는 바뀐 좌완 투수 완디 페랄타를 상대로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88마일짜리 몸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번 타구 스피드는 70.3마일이었다. 이 정도 스피드의 타구는 메이저리그 수비수들에게 여지없이 걸린다.

이렇듯 이날 이정후의 타격은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다. 운이 따라 안타 1개를 추가했을 뿐이다. 안타를 치지 못한 세 타석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4구 이내의 빠른 타이밍에 성급한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타구 스피드가 모두 90마일 미만에 그쳤다. 타석에서 서두른 탓에 배트 중심에 정확히 타구를 맞히지 못했다는 증거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연속경기 안타가 중단되도 하나 이상할 게 없는 경기력이었다.

'7경기 연속안타' 같은 건 듣기 좋은 미사여구일 뿐이다. 팀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8월에 잠깐 회복된 상승흐름도 언제 사라질 지 모른다. 이정후의 각성이 필요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