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 20대 대학생 A씨는 최근 운동을 하다가 발목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 결과 '통풍' 진단을 받았다.
#. 평소 야식으로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던 30대 직장인 B씨도 갑작스러운 발가락 통증이 발병, 같은 질환으로 진단됐다.
팔다리 관절에 요산이 쌓여 심한 염증으로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은 매년 환자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40·50대 남성의 대표 질환으로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20·30대의 MZ세대 젊은 통풍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는 식습관과 음주,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통풍 환자 해마다 증가…땀 배출 많은 여름철 주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통풍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46만 8083명에서 2024년 55만 3524명으로 약 18.3% 늘었다.
같은 기간 연령대별 증가율을 보면, 20대가 26.7%로 가장 높고 30대(23.8%), 40대(22.9%), 60대(15.5%), 50대(11.8%)가 뒤를 이었다.
또한 통풍은 여름철에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통풍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를 보면 6월 12만 5353명에서 7월 13만 6023명, 8월 13만 1654명이었다가 9월 12만 5082명으로 줄었다.
여름철 발병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땀 배출이 많아지면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고, 그 결과 소변으로 요산 배출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휴가, 회식, 야외활동 등으로 술과 고단백 음식 섭취가 늘어나는 것도 원인이다.
◇'바람만 스쳐도 아픈' 통증…밤에 시작, 아침에 가장 심해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한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 힘줄 등 조직에 침착되는 질환이다. 침착된 결정은 관절의 염증을 유발하고,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통풍의 대표적인 증상은 엄지발가락 관절의 갑작스러운 통증과 부기다. 통증은 대개 밤에 시작해 아침에 가장 심하며, 이때 환자는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느낀다. 심한 경우 발목, 무릎, 손가락 관절까지 번질 수 있다. 재발이 잦으면 관절이 변형되기도 한다.
중앙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정수 교수는 "신장에서 요산을 잘 배출하지 못하면 남은 요산이 몸속에 쌓이게 되고 이렇게 남은 요산은 요산 결정이 되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관절이나 신장, 혈관 등에 쌓이게 된다. 이때 우리 몸의 면역계 특히 백혈구가 이 요산 결정을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착각해 공격하면서 몸에 염증반응이 일어나 통풍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젊은층 환자 증가, 고지방·고단백 음식에 혼합 술 원인
일반적으로 통풍은 40·50대 남성에게 주로 많이 생기지만, 최근엔 20·30대 환자들의 수가 늘고 있다.
송정수 교수는 이에 대해 "'퓨린'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는 치킨, 고기류 등의 고지방·고단백 음식 섭취와 음주 증가가 원인"이라고 했다.
또한, 과당이 많은 과일주스나 탄산 청량음료는 혈중 요산 농도를 높여 통풍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하이볼(위스키 등 증류주에 탄산수나 탄산음료를 섞어 만든 칵테일)이나 소맥(소주와 맥주), 맥사(맥주와 사이다), 막맥(막걸리와 맥주) 같은 혼합 술이 원인으로 꼽힌다. 알코올로 인해 요산 배출이 방해되는 상황에서 탄산과 과당을 추가로 섭취하면 혈중 요산 농도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다이어트도 통풍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갑자기 굶는 단식을 하면 요산이 관절에 더 달라붙어 통풍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
몸짱이 되기 위해 닭가슴살, 육류, 생선, 고단백질 등을 과잉 섭취하는 것도 통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 필요 단백질의 양은 몸무게 1㎏당 0.8~1g 정도로, 체중이 70㎏인 성인 남자라면 하루에 56~70g 정도만 섭취하면 충분한데, '몸짱'이 되려고 권장량보다 더 많은 단백질만을 먹고, 같이 먹어줘야 할 영양소는 제대로 챙기지 않게 되면 통풍이 유발될 수 있다.
송정수 교수는 "닭가슴살에는 통풍을 일으키는 요산의 전단계 물질인 퓨린이 함유되어 다이어트를 위해 매끼 닭가슴살만 먹거나, 육류 등의 단백질만 과잉 섭취할 경우, 권장량 이상이 되어 단백질 분해 산물인 요산의 양이 증가해 통풍이 발생하기 쉽다"고 전했다.
◇등푸른 생선, 퓨린 함량 높아 적정량 섭취
통풍은 식습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퓨린 함량이 높은 소·돼지·양고기, 특히 내장(간, 곱창 등)과 멸치, 청어, 새우, 홍합 등은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
술과 과당이 많은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등도 피해야 한다.
또한 하루 2ℓ정도의 물을 마셔 요산 배출을 촉진하고 혈중 요산 농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하루 기준으로 저지방 우유는 200~400㎖, 야채(푸른잎 채소, 브로콜리, 오이 등) 300~500g(종이컵 기준 2~3컵), 과일(체리, 베리류, 감귤, 사과 등) 200~300g, 잡곡밥 하루 2공기, 견과류 한 줌(20~30g), 두부 100~150g 등의 섭취가 권장된다.
등푸른 생선은 오메가-3 지방산이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퓨린 함량이 높으므로 한 번에 80~100g, 주 1~2회 섭취하는 게 좋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