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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원화 코인, 자본유출 증폭하고 환율변동성 키울 것"(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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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사용 점수 매기는 맞춤형 규제 필요"…세계경제학자대회 발표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통화정책국장은 21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관련, "기존의 외환 거래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우려했다.
신 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발표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달러 표시 가상자산과 맞교환함으로써 자본 유출의 통로를 터주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고 스트레스 상황 발생 시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자본 유입 역시 증폭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국장은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지배적인 역할과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현재 미국 달러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은 세계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99%를 차지한다.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의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된다.
그는 "미 달러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기술로 그것을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신 국장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범죄, 사기, 자금세탁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 2022년부터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한 범죄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다른 가상자산 범죄를 넘어섰으며, 2024년 그 비중이 약 63%에 달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 개인 지갑을 통해 익명으로 거래하면서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특성 때문에 금융 범죄와 자본 유출입 통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된다"고 짚었다.
금융당국의 규제도 무용지물로 봤다.
신 국장은 "외환거래법이나 해당 규정에 근거한 제도적 장치가 있는 나라에서도 불법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라며 "간혹 동결 조치가 이뤄지지만 수십억건에 달하는 일상 거래를 감시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제도적 대안으로는 '맞춤형 규제'를 제시했다. 코인이 얼마나 합법적으로 사용됐는지 점수를 매기고 꼬리표를 달자는 제안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통과한 지갑의 이력을 추적해 '합법적 사용 점수'를 계산할 수 있다"며 "코인을 처분해 자금을 기존 은행 제도로 이동하는 지점(off-ramp)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불법 거래 오점이 있는 지갑에서 나온 코인은 다른 코인보다 헐값에 거래될 것"이라며 "사용자가 서로를 견제함으로써 불법 거래에 과한 주의 의무가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신 국장은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BIS의 고위직으로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리더십'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제도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화폐 신뢰가 여전히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이 통화금융 제도 발전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 제도는 공공의 이익 추구가 원칙이 돼야 하고, 중앙은행을 비롯한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바나 텐레이로 영국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토론에서 "한국의 예금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된다면 한국 내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중개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가계와 기업이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채택하기 시작한 만큼 이것은 새로운 긴급 상황"이라며 신속한 대응을 기대했다.

hanj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