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세계경제학자대회서 발표…KIET "AI 등 디지털자본, 고령노동 대체"
KIEP "중장년층 비중↑, 경상흑자에 기여…극단적 고령화는 반대효과"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가 경제 뇌관인 가계부채 비율도 끌어올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등은 21일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한국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 수준까지 급증한 데 인구 고령화, 기대수명 연장의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은퇴 생활 대비를 위해 저축 등 금융자산을 축적하려는 고령층의 동기가 강해지고, 이렇게 공급된 자금이 청·장년층의 주택구매 자금으로 대출되면서 가계부채가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유럽연합(EU) 35개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대수명이 1년 늘어날 때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4.6%포인트(p) 높아졌다.
한국의 2003∼2023년 가계부채 비율 상승분(33.8%p) 가운데 약 85%(28.6%p)도 기대수명 연장으로 설명됐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무 정년 법제화가 실제 고용에 영향을 미칠까' 발제를 통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정년 60년 의무화'가 55∼60세 고령층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청년층 고용을 줄이는 부작용도 불렀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고령자 고용 1명을 유지할 때 평균 0.2명의 청년 고용이 줄어드는 세대 간 일부 대체 효과가 확인됐다.
김현석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고령화 맥락에서 디지털·인적 자본간 대체 가능성' 보고서에서는 ICT 자본(인공지능·자동화 등 디지털 기술 투입)이 고령 노동력과 상당 부분 대체 관계에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디지털화가 진전될수록 고령 근로자의 일자리나 업무 일부를 기술로 대치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젊은 층 노동력과 ICT 자본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한국 경상수지 흑자를 설명할 수 있나' 발제를 통해 한국이 2020년대 중반 이후 GDP 대비 5% 안팎의 큰 경상흑자를 유지하는데 수출 경쟁력뿐 아니라 국내 저축·투자 불균형의 구조적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설명했다.
경상수지는 결국 국내 저축과 투자의 차이와 같은데, 대규모 생산연령 인구(베이비붐 세대)가 중·장년기로 접어들어 저축률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경상수지도 늘었다는 뜻이다.
분석 결과, 유·청년층 인구 비중이 1%p 줄고 중·장년층(40∼64세) 비중이 1%p 늘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율은 약 0.5∼1.0%p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고령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돼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고령층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고령층은 축적한 저축을 빼 쓰는 만큼 저축률 하락 속도가 투자율 하락 속도보다 빠르면 경상수지 흑자가 거꾸로 축소되거나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KIEP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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