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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백인천 소환! 2주만에 천국→지옥행…KS 넘보던 롯데, 22년만의 10연패 '추락'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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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천국에서 지옥까지 떨어지는데 단 2주면 충분했다. 71일간 지켜왔던 톱3의 자리는 10연패의 악몽 속 모래처럼 무너져내렸다.

롯데 자이언츠는 2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3대5로 패했다. 레이예스가 초반 역전 3점홈런을 쏘아올리며 분위기를 띄웠고, 선발 나균안이 5⅔이닝 3실점으로 역투했지만,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타선은 단 5안타로 꽁꽁 묶였다.

외국인 투수 데이비슨이 방출 직전인 지난 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거둔 시즌 10승째 경기가 아직도 올시즌 마지막 승리다. '데이비슨의 저주'라는 농담이 점점 피부로 와닿는 이유다. 7일 KIA전 패배를 시작으로 SSG 랜더스(2패) 한화 이글스(3패) 삼성 라이온즈(2패1무) LG 트윈스(2패)까지, 2주 동안 승리 없이 패배의 연속이다.

이날 롯데가 패하고 SSG가 승리하면서 롯데는 4위로 내려앉았다. 몇번의 부침 끝에 3위에 올라선 지난 6월 11일 이후 71일만에 톱3 아래로 내려가게 됐다.

2주전 롯데는 한국시리즈를 꿈꾸며 고점이 명확한 데이비슨 대신 벨라스케즈를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38승을 거둔 이름높은 경력자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 1년을 통째로 쉬었고, 올해도 트리플A에만 머문만큼 리스크가 큰 선택이었다. 롯데의 벨라스케즈 영입은 단순히 가을야구가 아니라 그 이상, 한국시리즈까지 바라본 도박수였다.

하지만 벨라스케즈는 아직까진 한국 야구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분위기. 최고 152㎞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는 확실히 인상적이지만, 에이스다운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첫 등판에서 3이닝 5실점, 두번째 등판에선 5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롯데의 10연패는 2003년 이후 22년만에 처음이다. 2003년 당시 롯데는 8개 구단 중 꼴찌였다. 133경기를 치렀던 그해 롯데의 승률은 단 3할(39승91패3무). 지는 일에 익숙하고 연패가 일상사였던 팀이다.

그해 사령탑은 백인천 전 감독. LG 트윈스를 창단 첫해 우승으로 이끌고, 삼성 라이온즈의 타선 리빌딩을 한방에 성공시킨 명감독이지만, 롯데 시절은 흑역사라 부를만 하다.

에이스 손민한의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훗날 팀 타선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이대호와 최준석에게 무리한 체중 감량을 지시했다가 무릎부상을 겪게 하는 등 빛나는 지도자 경력의 오점으로 남았다. 백인천 전 감독의 롯데 시절(2002시즌 중도 부임~2003시즌 중도 경질) 승률은 무려 41승 122패(승률 2할5푼1리)였고, 결국 2003년 8월 시즌중 경질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전설처럼 입에 오르내리는 '사직구장 유료관중 69명'이 바로 백인천 전 감독 재임중인 2002년 막판 세워진 기록이다. 당시 롯데 구단은 롯데 유니폼이나 모자 등 MD 의류만 가져오면 무료 입장시키는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유료 입장객을 합쳐 실제 관중은 200명에 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2003시즌 1년간 롯데는 개막 12연패에 이어 시즌 중반 15연패를 다시 기록했다. 롯데가 15연패를 끊은 건 백인천 전 감독이 경질되던 당일이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무이한 한국시리즈 7년 연속 진출(우승 3회)의 명장이다. 2023년말 롯데의 구원자로 화려하게 등장했고, 지난해 숨고르기와 리빌딩을 거쳐 올시즌 명장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며 롯데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연패의 늪에 고전하고 있다. 롯데가 최근 8년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가 했는데, 한순간에 역사상 최악의 사령탑이라는 백인천 전 감독과 비견되는 얄궂은 운명에 처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