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유니폼이 뭐길래?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주중 3연전이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구장 밖에 '텐트족'들이 등장했다. 주중 경기에 최근 KIA 성적이 떨어졌고, 상대도 최하위 키움이라 관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19, 20일 양일 모두 1만명 살짝 넘는 관중이 들어왔다.
보통 야구장 '텐트족'은 티켓을 구하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설 때 나타나는 현상. 그렇다면 도대체 왜 팬들은 경기 전날 밤부터 '장사진'을 친 것일까.
유니폼 때문이다. KIA는 이번 키움 3연전에 캐릭터 '쿠로미'와 콜라보레이션(이하 콜라보)한 특별 유니폼을 착용했다. 이에 맞춰 팬들도 유니폼 및 관련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 광주는 이번주 한낮 35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 살인 더위도 팬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KIA는 이미 올시즌 '티니핑' 유니폼으로 즐거운 지명을 지른 바 있다. 유아들이 사랑하는 캐릭터 '티니핑'과 전국구 인기팀 KIA의 합작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유니폼 출시 첫 날, 팀 스토어 대기줄이 넓은 구장 두 바퀴를 둘렀다. 때문에 구단은 유니폼에 한해 현장 구매와 함께 예약 판매 제도도 시행했는데, 팬들의 행렬은 3일 내내 이어졌다. 준비된 수량이 소진되면 더 이상 구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건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 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팀이 한 시즌 착용하는 유니폼이 이렇게 다양하지는 않았다. 홈, 원정 대표 유니폼에 일요일에 착용하는 '선데이 유니폼'이나 연고 도시를 상징하는 '시티 유니폼', 스폰서 행사가 진행될 때 입는 유니폼 몇 가지 정도가 전부였다. 구단 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적극적으로 새 유니폼을 출시하는 구단이 있는가 하면 '그런 건 모르겠고 야구에나 집중하겠다'는 팀들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야구는 못 해도, 유니폼만 잘 만들면 된다'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다. 어떤 팀은 매 시리즈마다 유니폼이 바뀌는 느낌을 줄 정도로, 다양한 유니폼을 착용하기도 한다. 새로운 유니폼이 나올 때마다 팬들은 열광한다.
'유니폼 시대'가 도래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팬 서비스다. 지난해 처음 1000만명 관중이 넘은 KBO리그. 그 인기 상승의 핵심은 바로 젊은팬들의 유입이다. 특히 여성팬들이 대폭 늘었다. 이 팬들은 야구도 좋지만 선수와 굿즈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 마치 '아이돌' 그룹을 응원하는 것처럼 팀과 선수들을 응원하는데 선수와 열성팬들 간 매개가 바로 유니폼 등 굿즈다.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 없이 새롭고 참신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두 번째는 프로 세계의 기반, 돈이다. 프로팀은 당연히 티켓과 상품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젊은팬들이 화끈하게 지갑을 여니 그 수익 비중이 점점 커진다.
대표적으로 LG 트윈스가 올해 인기 캐릭터인 '헬로키티'와 콜라보해 만든 유니폼이다. 딱 3일을 판매했는데, 난리가 났다. 정확한 액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헉' 소리 나는 매출을 기록했다는 후문. 판권을 산 곳이나, 유니폼 생산 및 판매 대행 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하고도 구단이 얻은 수익으로 스타급 선수 1명의 연봉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라면, 어떤 구단이라도 이 유니폼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 실제 KIA는 지난해 김도영 스페셜 유니폼 한 종을 100억원어치 이상 판매하는 '초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니 구단들도 난리다.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스페셜 유니폼도 좋지만, 인기 캐릭터와 콜라보한 유니폼들의 파급력이 훨씬 크다. 새로운 캐릭터들과 협업을 위한 '경쟁 아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KIA가 '티니핑'과 '쿠로미'로 인기를 얻었다면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짱구'와 올해 '피카츄'로 대박을 쳤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망곰'으로 유니폼 대란을 일으킨 선두 주자고 SSG 랜더스는 '포차코', 키움 히어로즈는 '춘배', 삼성 라이온즈는 '쫀냐미', 한화 이글스는 '꿈돌이', NC 다이노스는 '조구만', KT 위즈는 '스누피'와 손을 잡았다.
한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팬들이 너무 좋아하시고, 구단도 수익이 나니 '일석이조'의 사업이다. 티켓은 한 경기 정해진 수량만 팔 수 있다. 하지만 굿즈는 그 끝이 없다. 구단들이 야구 뿐 아니라 굿즈 생산과 판매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