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6경기에서 13골을 넣은 선수가 득점 선두면 잘했다고 보긴 어렵죠."
골잡이 출신 '황새' 황선홍 대전 감독의 말이다. 언젠가부터 K리그에 '특급 골잡이'가 사라졌다. 시즌당 30골은커녕 20골을 넣는 골잡이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 3시즌 K리그1 득점 1위의 기록은 모두 10골대다. 2022년 조규성(당시 전북) 2023년 주민규(당시 울산)가 각 17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2024시즌엔 무고사(인천)가 10년만에 가장 적은 수치인 15골로 득점상을 탔다. 득점수가 적은데다, 팀이 강등돼 더 우울한 득점왕이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시즌 연속 20골대 득점왕이 나온 것과 비교하면 최근 골 부족 현상은 더 도드라진다. 자고로 득점'왕'은 압도적인 느낌을 줘야 한다. 2024~2025시즌 유럽 4대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왕의 득점 기록은 각각 29골(모하메드 살라), 31골(킬리안 음바페), 26골(해리 케인), 25골(마테오 레테기)이었다. 가까운 일본 J리그에서도 24골을 넣은 안데르손(요코하마F.마리노스)이 지난시즌 득점상을 수상했다. 전문가들은 '가성비'만을 좇는 구단들의 소극적인 투자, 감독들의 잦은 교체에 따른 잦은 전술 변화, 빈번한 선수 이적에 따른 '영혼의 듀오'의 실종, 선수 개인의 노력 부족, K리그 수비수들의 타이트한 마크, 잠재적 득점왕들의 이른 해외 진출, 슛 임팩트에 영향을 미치는 논두렁 잔디와 같은 인프라 이슈 등을 득점 부족 원인으로 꼽는다.
올 시즌엔 어떨까. 26라운드 기준 득점 랭킹 TOP 3인 전진우(전북)는 경기당 평균 0.52골로 총 13골을 넣어 득점 선두를 달린다. 2위 싸박(수원FC)은 평균 0.52골로 12골, 3위 콤파뇨(전북)는 평균 0.55골로 11골을 넣었다. 전진우(162.8분당 1골) 싸박(154.2분당 1골), 콤파뇨(131.6분당 1골) 모두 현재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20골을 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상 득점수는 전진우가 약 19.6골, 콤파뇨가 약 19.2골, 싸박이 19골이다. 전진우는 스플릿시스템 도입 이후를 기준으로 각 시즌 득점 1위의 분당 득점 랭킹 11위(전체 13시즌)다. 참고로 1위는 2020년 주니오(83.2분), 2위는 현재 울산에서 뛰는 말컹(2018년, 91.6분)이다. 시즌 막바지엔 치열한 순위 경쟁, 부상, 체력 문제와 같은 변수가 산재했고, 전담마크가 더 타이트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공격수들이 골을 넣기가 더 어려워진다. 지난 3시즌 득점왕인 조규성 주민규 무고사는 남은 12경기에서 각각 5골, 6골, 3골에 그쳤다. 막판에 몰아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2021시즌 26라운드까지 13골에 그친 주민규가 막판 12경기에서 9골을 몰아치며 22골 득점왕이 된 케이스가 있긴 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5경기 연속골(7골)을 퍼부으며 득점왕 경쟁에 불을 지핀 '노래하는 스트라이커' 싸박은 20골 레이스의 선두 주자로 꼽을 만하다. 싸박은 최근 5경기에서 기대득점(xG) 2.97로 7골을 넣었다. 실제득점에서 기대득점을 뺀 차는 4.03으로, 골을 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치보다 4골을 더 넣었다는 뜻이 된다. 올해 수원FC 입단으로 K리그에 발을 디딘 싸박은 초반 18경기에서 5골에 그쳤는데, 후반기 팀의 드라마틱한 반등과 맞물려 주니오, 말컹 부럽지 않은 임팩트를 발휘하고 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가장 많은 멀티골(3회)을 기록한 '이탈리아산 뚝배기' 콤파뇨, 지난 대구전(3대0 승)에서 7경기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한 전진우도 막판 흐름을 타면 20골을 넘길 가능성이 충분하다. 각 11골을 넣은 이호재(포항) 주민규(대전), 10골을 낚은 모따(안양) 등도 20골 득점상에 도전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