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조기축구도 이런 조기축구가 없다."
대학축구 대회에서 믿기지 않는 스코어가 또 나왔다. 0대29, 1대16에 이어 0대34의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예견된 결과여서 더 충격적이다.
제20회 1,2학년축구연맹전 죽죽장군기 및 황가람기가 경남 합천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대학축구연맹이 주최, 주관하는 이번 대회에는 전국 60개 대학팀이 참가했다.
논란의 결과는 황가람기 조별리그 12조에서 나온 대구과학대의 스코어다. 대구과학대는 18일 건국대와의 첫 경기에서 0대29로 패했다. 20일 경일대와의 2차전에선 1대16으로 졌다. 22일 강서대와의 최종전에선 0대34로 고개를 숙였다. 대구과학대는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1골-79실점을 기록하며 전패,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대학축구연맹 고위 관계자는 "대구과학대가 올해 창단을 했다. 내부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창단하자마자 참가 신청을 내고 나오지 않으면 내년에 징계를 받는다. 이런 부분 때문에 일반학생으로 (대회) 나온 것 같다. 그러다보니 경기력 차이가 많이 나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과학대는 18명의 선수를 등록했다. 이 중 오피셜 가이드에 출신교(고등학교)가 기재된 선수는 두 명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엘리트 축구를 한 선수는 거의 없다는 의미다.
축구계 A관계자는 "딱 아마추어다. 물론 각각의 사정은 있을 거이다. 하지만 아마추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재 대학축구의 현실"이라고 했다. B관계자는 "동네 '골목축구'도 아니고. 대학축구연맹에서 주관하는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스스로의 권위와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같다. 이런 대회에는 프로 스카우터, 에이전트도 현장을 찾는다. 프로에서 뛸 수준의 선수를 찾는데 이런 스코어라면 누가 굳이 점검을 하려고 할까 싶다. 그러면 각 대학에 있는 엘리트 팀이 나올 이유가 있다. 동호회 팀이 나와도 무방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축구연맹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경기장 내 프로 스카우터와 에이전트들이 유망주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전용 '스카우터 존'을 운영할 예정이다. 대학 1,2학년 선수들의 패기와 잠재력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어, 이번 대회는 미래 K리그 스타들이 탄생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대학축구연맹 및 대구과학대도 논란을 예상했던 모양이다. 대학축구연맹 관계자는 "창단을 일단 이번 대회부터 한다고 해놨다. 내년에 정식 창단을 할건데 지금 감독님이 평택진위에서 감독하시던 고재효 감독님이다. 이 분께서 내년에 어떤식으로 팀 구성할지는 다 고등학교 선수들에게 얘기를 해놔서 내년부터는 이렇게는 진행하지 안할거라고 한다. 올해는 급한대로 대회를 나오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지난번 예원예대 때도 조금 논란이 됐었다. 그래서 감독님이랑 얘기는 해봤는데, 감독님께서도 아마 경기력과 경기 결과를 가지고 논란이 될 수도 있는데, 평택진위에서 엄청 활약했던 감독이니 차라리 그런 쪽으로 인터뷰 등을 하면 차라리 그걸 해주시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2023년 제18회 1,2학년대학축구연맹전에선 예원예술대가 엘리트 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으로 라인업을 꾸려 경기를 치렀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득점-89실점을 기록했다.
대구과학대는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이번 대회를 참가했다. 하지만 이걸 막을 시스템은 없었다. 대학축구연맹 고위 관계자는 "등록 구조상 대한축구협회에 선수 14명 등록하면 대회 나오는 것을 막을 규정은 없다. 그 팀이 나올 자격을 갖춰 등록했기에 막을 순 없다. 일반 학생이 나오는 것도 예상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대회 규정 제5조(참가자격)에는 '이번 대회는 자유참가로 하되 2025년 대한축구협회 등록을 필한 대학교팀(임원, 지도자, 선수포함)에 한해 참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참가 등록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생겼다. 대구과학대와 함께 경기한 팀들이다. 현장에서 대회를 치르는 대학축구 관계자들은 "안타깝다. 과연 누구를 위한 참가이고 대회인지 모르겠다. 내년을 위해 이번에 경기에 나왔다고 한다. 대구과학대와 경기를 치른 팀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싶다. 부끄럽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축구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데 이미지가 더 나빠질까봐 걱정된다"고 한 입 모아 한숨을 쉬었다. 순위는 결국 타이브레이크로 정해졌다. 황가람기 12조는 대구과학대와 경기한 기록은 삭제, 남은 세 팀의 성적으로 최종 순위를 따졌다. 각각 1승1패(승점 3)를 기록하며 동률을 이뤘다. 결국 다득점으로 순위가 갈렸다. 경일대(+4), 건국대(+3)가 16강전에 진출했다. 강서대(+2)는 눈물을 흘렸다.
대학축구연맹 고위 관계자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라는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선수) 등록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창단을 했는데 대회를 기권하면 또 다른 피해가 생긴다. 그래서 경기를 포기할 수도 없고, (경기를) 하면 이런 상황 벌어질 것은 뻔하다. 그 중간 어딘가에서 고민하고 있다. 규정 자체도 손을 보는 게 먼저일 것 같다"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