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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인’ 노부부와 ‘매수인’ 신혼부부, 두 달간 특별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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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박아람 기자] 결혼 2년 차, 마침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신혼부부 준연 씨(35)와 민주 씨(31). 석 달 동안 전국을 떠돌며 집을 찾아다닌 끝에, 경기도 여주의 한 황토집에 마음을 빼앗겨 곧장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사 날짜였다. 집을 판 45년 차 노부부, 금자 할머니(73)와 동인 할아버지(75)가 두 달 뒤에나 이사할 수 있다는 것. 이전에 살던 집을 팔고 부모님 집에 머물던 준연 씨 부부는 난감했다. 그때 금자 할머니가 파격 제안을 건넸다. "그러지 말고, 같이 살자". 그렇게 매수인과 매도인의 두 달간 '일시 동거'가 시작됐다.

처음엔 어색했다. 냉장고 한 칸을 나누고, 주방과 거실을 함께 쓰며 서로 조심스레 선을 지키던 네 사람. 하지만 밥상을 함께 마주하며 조금씩 경계심은 풀어졌다. 특히 일찍 부모님의 이혼을 겪고 외롭게 자라온 민주 씨에게 금자 할머니는 친정엄마 같은 따뜻함이었다.

그러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그것도 부모, 자식뻘 나이 차이가 나는 부부가 한 지붕 아래 함께 산다는 건 결코 순탄치 않은 일. 동거 생활의 절반이 지난 어느 날, 두 부부가 합의 끝에 중도금과 잔금을 모두 치르면서 집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기분을 내고 싶었던 준연 씨는 "이제 진짜 우리 집이 됐다"는 마음에 현관의 문패를 떼어냈다. 하지만 그 문패는 15년 전, 동인 할아버지가 황토집으로 이사 오며 직접 달았던, 부부의 역사와 추억이 담긴 물건이었다. "문패는 그저 인테리어일 뿐"이라 여긴 신혼부부와, "삶의 역사"라 여긴 노부부의 마음이 부딪히며 갈등은 깊어진다.

집을 사고파는 단순한 거래에서 시작된 인연. 그러나 밥을 나누고 텃밭을 함께 가꾸며, 때로는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을 거치며 네 사람은 조금씩 서로의 삶에 스며든다. 과연 이 두 달간의 여정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 집

이사 날짜가 다가오자, 금자 할머니와 동인 할아버지는 눈물 훔치는 날이 많아졌다. 하지만 떠날 준비 속에도 정든 집을 이어받을 신혼부부에게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파 심는 요령부터 스무 가지 약재가 담긴 매실액기스를 먹는 법, 심지어 예초기 사용법까지. 시골살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기꺼이 내준다.

이제 각자의 길을 준비해야 할 시간. 집을 떠나는 노부부는 눈물로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신혼부부는 왠지 모르게 '노부부의 보금자리를 빼앗은 것 같은 마음'을 안은 채 새로운 출발을 앞둔다. 웃음과 갈등, 눈물로 이어진 특별한 두 달. 네 사람에게 이 집은, 정말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집이었다.

tokki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