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2023년보다 올해가 더 좋다."
LG 트윈스는 29년 만의 우승 한을 풀었던 2023년보다 올해가 더 좋다고 자신한다. LG는 26일 현재 시즌 성적 73승3무43패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위 한화 이글스(67승3무48패)와는 5.5경기차. LG가 연패에 빠진다면 위기가 한번 찾아올 수 있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 LG는 후반기 8할 승률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
사실 올해 '왕조' 구축을 시도했던 팀은 지난해 챔피언 KIA 타이거즈였다. MVP 김도영에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 제임스 네일, 양현종 등 지난해 우승 전력에서 마이너스가 없었고, 새 외국인 투수 아담 올러와 타자 패트릭 위즈덤까지 합류하며 더 강해진 듯 보였다.
하지만 KIA는 부상 악령에 울었다. 김도영이 무려 3번이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사실상 시즌을 접은 게 가장 계산하지 못한 변수. 나성범과 김선빈은 종아리 부상으로 전반기 많은 경기를 날렸고, 올러가 전반기 막판부터 후반기 초반까지 팔꿈치 염증으로 이탈하자 마운드에는 과부하가 걸렸다. 결국 5강 싸움이 가장 치열한 시기에 반복되는 연패로 8위까지 추락하면서 왕조 구축은 커녕 가을야구 진출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야구라는 게 좋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시즌 전에 다들) KIA가 1등 한다고 그러지 않았나. 야구는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어렵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 따른 준비도 해야 한다. 보니까 7월 22일에 한화랑 5경기 반 차이였는데, 딱 한 달 만에 뒤집혔더라. 정말 이게 쉽지 않은 것이다. 한화가 곤두박질친 것도 아니고, 5할 가까이 한 건데"라며 놀라워했다.
LG는 2년 연속 우승을 노렸던 지난해 KIA의 기세에 밀려 3위로 아쉽게 시즌을 마쳤지만, 올해 다시 정상을 탈환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염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2023년보다 올해 전력이 더 좋다고 내부적으로 입을 모은다.
선발이 안정적인 게 가장 크다. LG 선발 평균자책점은 3.52로 리그 2위다. 역대 최강 선발진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1위 한화(3.39)와 현재 큰 차이가 없다. 요니 치리노스(10승)와 임찬규(11승), 송승기(10승)까지 10승 투수가 3명이고, 손주영(9승)도 곧 10승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지난 3일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과감하게 결별하고 우승 승부수로 영입한 앤더스 톨허스트는 3경기 3승, 18이닝, 평균자책점 0.50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더 높였다.
임찬규는 "2023년보다 올해가 더 좋다. 선발들이 전원 잘 던지고 있고, 톨허스트가 늦게 합류했지만 5명이 안전하게 돌아가고 있다. 2023년에는 선발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 점이 전체적으로 좋은 것 같고, 조금 더 많이 견고해진 것 같다"고 했다.
염 감독 역시 "전반적인 운영은 훨씬 올해가 안정적이다. 2023년은 국내 선발부터 다 붕괴됐으니까. 외국인 선발도 센 편이 아니었고, 전반기는 아담 플럿코가 그나마 해주면서 꾸역꾸역 버텼던 것이다. 시즌 시작한대로 안 가고 플랜B로 다 채우면서 갔던 시즌이었다. 중간도 (이)정용이 (고)우석이 (정)우영이 전년도 세이브왕 홀드왕부터 헤매는 상황이었는데, 플랜B (유)영찬이 (박)명근이 (백)승현이가 엄청 잘하면서 버텼다. 엄청 혼돈이 많은 해였다"고 되돌아봤다.
올해도 초반까지는 불펜 수가 부족해 혼란의 연속이었다.
염 감독은 "시즌 초반에 명근이 (김)진성이 2명으로 버텼다. 진성이가 출전 수가 엄청 많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이)지강이 버티고, 배재준이 버티고, 또 FA로 데려왔던 김강률이 버텨줬다. 후반에 오면서 영찬이가 들어와 확실하게 2년 연속 자기 자리를 지켜주면서 팀이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중간에 (김)영우가 한번씩 막아준 것도 컸다. 쓸 사람이 없어서 영우에게 한번씩 기회를 줬는데 다 막아서 1승 1홀드 1세이브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우승 경험을 쌓은 야수들이 성장한 것도 팀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이유 중 하나다. 홍창기가 큰 부상으로 시즌 내내 이탈한 상황에서도 김현수 박해민 박동원 오지환 등 베테랑들이 중심을 잘 잡았고, 문보경 문성주 신민재 구본혁 등이 한 단계 성장하면서 신구 조화가 잘 이뤄졌다.
임찬규는 "(문)보경이도 2023년보다 더 성장한 것 같고, 오스틴 딘도 마찬가지고. 전체적으로 성장을 많이 했다. 베테랑들도 자기 몫을 해주고 불펜들도 이제 다 돌아왔고.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좋아졌다"고 이야기했다.
LG는 후반기 8할 승률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연승 또 연승을 하는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린 곳이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이대로면 LG 왕조 구축과 함께 염 감독의 재계약도 기대할 수 있다.
염 감독은 "지금 다 승부가 들어가서 과부하가 걸려 있다. 그런데 우리만 지금 야수, 중간 투수, 선발투수 할 것 없이 다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 과부하가 하나도 안 걸려 있다. 나머지 경기에서 우리가 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