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간 질환과 심장질환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진은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MASLD, 기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진단을 받은 570명의 환자 건강 데이터를 분석, 그 결과를 최근 유럽 심부전 학회 학술지인 'European Journal of Heart Failure'에 게재했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은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동시에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대사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일부 환자에서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MASLD 환자 수는 2017년 28만여 명에서 2021년 40만 명을 넘기며 약 43%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듀크대 연구진은 2007년부터 2013년 사이에 간 생검을 통해 MASLD로 진단받은 환자 570명을 최대 11년간 추적 관찰했다.
평균 연령은 49.5세였으며 42.5%는 남성이었다. 진단 당시 심부전을 가진 경우는 2% 미만이었고, 40%가 당뇨, 59%가 고혈압, 60%가 고지혈증을 동반했다. 연구 기간 동안 71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9명은 간 관련, 3명은 심혈관 질환, 23명은 다른 원인, 36명은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분석 결과, 추적 기간 동안 환자의 약 20%가 심부전을 겪었고, 47.9%는 공식적으로 심장 질환을 진단받지는 않았지만 심부전의 징후를 보였다. MASLD는 무증상 상태로 수년에서 수십 년간 진행되며, 간이 점차 흉터로 손상돼 독소를 걸러내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심장 기능 약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 대상자 가운데 심부전을 진단받은 경우는 단 5%에 불과했다.
또한 추적 기간 동안 570명 중 100명의 환자가 연구 기준상 심부전에 해당했으나, 공식 진단을 받은 적은 없었다. 간 손상이 가장 심각한 4기 환자의 경우, 연구 종료 시점에 3분의 1 이상이 심부전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 여성, 당뇨병 및 고혈압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으며, 특히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간 기능을 보호하는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서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호흡 곤란, 다리·발목 부종, 불규칙한 심장 박동, 어지럼증 등 심부전의 조기 징후를 확인했으며, 혈액 검사와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도 심장 기능 저하의 단서가 포착됐다. 전체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이러한 초기 경고 신호를 보였지만 정식 진단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연구진은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환자에서 심부전 발생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환자의 거의 절반이 심부전을 의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진단을 받은 환자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고위험 환자의 심부전 선별 검사와 초기 심부전 해결을 위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