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하늘로 날아간 4000만원.
1년 계약을 하고, 1군이든 2군이든 단 1경기도 뛰지 않고, 팀을 떠나겠다는 선수가 나타났다. 그것도 시즌 도중에 말이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했을까.
키움 히어로즈는 베테랑 투수 장필준이 팀에 방출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201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입성, 삼성에서 마무리까지 하는 등 화려한 불펜으로 활약했던 장필준은 올시즌을 앞두고 키움과 1년 4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장필준은 지난해 팔꿈치 부상 여파로 인해 삼성에서 방출됐고, 방황하는 그를 키움이 불러줬다.
키움은 올시즌을 앞두고 부족한 팀 전력을 메우겠다며 장필준, 강진성, 오선진, 김동엽 등 방출생들 수집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장필준은 1군은 커녕, 2군에서도 단 1경기도 뛰지 않은채 세월만 보내고 있어 무슨 일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팀 불펜진이 탄탄하면 생각이 덜 났겠지만, 투수력을 놓고 보면 10개 구단 중 최하위 수준인데 선수가 보이지 않으니 더욱 답답할 노릇.
결국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팔꿈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장필준은 전반기 끝날 때 즈음 구단에 먼저 방출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방출을 요청한 것일까. 많지 않은 연봉이라도, 일단 한 시즌 계약을 했으니 시합은 못 뛰더라도 출근은 하며 뭐라도 해야하는 게 선수이자 회사원의 의무. 자신이 어떤 이유든 시즌 중 갑자기 방출을 요청한 것은 이기적인 마인드로 보여질 수 있다. 월급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올해 계약으로 정해진 돈은 다 받으면서 말이다. 키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기는 못 나가는데, 매일 같이 치료와 재활만 하는 모습을 선수단에 보여주는 것도 선수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차피 시합을 못 뛰는 상황이라면, 외부에서 치료와 재활에 더 집중하는 게 자신이나 다른 동료들 모두에게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선수 생활의 의지를 드러낸 모습. 만약 치료와 재활을 잘해 내년 시즌 공을 던질 수 있다면, 키움에 '무료 봉사' 개념으로 뛴다면 이번 방출 요청의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을 듯.
두 번째는 이런 상태의 선수와 계약을 한 게 누구 책임이냐는 것이다. 선수가 던질 수 없는 상황임에도 무리하게 계약한 것 아닌가 생각하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아니면 구단이 면밀히 체크를 하지 않고, 급박하게 계약을 진행한 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키움 관계자는 "선수 계약인데 당연히 메디컬 체크를 다 했다. 4~5월이면 재활이 끝날 거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선수의 회복이 늦어지고, 실전에서 던지려 하면 아프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장필준 본인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지속적으로 몸상태를 체크를 했는데, 현재 의학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선수 본인이 문제를 느끼고 있기에 억지로 공을 던지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87경기를 소화한 오선진 외에 강진성도 6경기, 김동엽도 9경기 출전에 그치며 방출생 영입 작전은 대실패로 돌아갈 조짐이다. 두 사람은 8월 들어 퓨처스리그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