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베이스타즈의 좌완투수 앤서니 케이(30)는 승운이 안 따라 6승에 머물고 있지만 에이스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좌완 에이스 아즈마 가쓰키(30)를 제치고 팀 내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린다. 그는 2년 만의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한신 타이거즈에 특히 강했다. 7월 26일 한신과 고시엔 원정경기까지 올 시즌 5차례 선발 등판해, 3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82를 기록했다. 5경기 모두 퀄리트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로 마쳤는데 승 없이 '2패'만 기록했다.
허리 통증으로 2주 넘게 쉬고 1군에 돌아왔다. 그런데 상대가 한신이다. 요코하마 코칭스태프가 복귀 일정을 한신전에 맞췄다. 선발 복귀를 앞둔 케이는 "몸 상태가 매우 좋다. 2년간 많이 상대해 잘 파악하고 있다"라고 했다.
26일 요코하마스타디움. 케이가 홈에서 눈부신 역투를 이어갔다. 1~2회 센트럴리그 최강인 한신 상위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3회 2사까지 8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7회까지 23타자를 맞아 1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5이닝을 삼자범퇴로 끝냈다. 케이는 2-0으로 앞선 8회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요기 베라의 그 유명한 야구 격언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0-2로 끌려가던 9회초, 한신 중심타선이 무섭게 반격했다. 1사후 2번 나카노 다쿠무(29), 3번 모리시타 쇼타(25)가 연속 안타를 쳤다. 이어진 1사 1,3루에서 4번 사토 데루아키(26)가 희생타를 때려 1점을 따라갔다. 1-2.
5번 오야마 유스케(31)가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2사 1루에서 역전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요코하마 우완 이리에 다이세이(27)가 던진 초구가 우타자 바깥쪽 높은 코스를 파고들었다. 오야마가 시속 154km 직구를 밀어쳐 요코하마스타디움 오른쪽 관중석으로 날렸다. 사토는 "오야마 선배가 있어 다행이다. 정말 대단하다"라고 했다.
그런데 홈런을 치고 평소에 다른 행동을 했다. 1루를 돌면서 오른쪽 손을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기쁨을 표했을 것이다. 다른 선수였다면 자연스러웠겠지만, 오야마라서 낯선 장면으로 보일 여지가 있었다. 일본 언론은 오야마가 겸손한 선수라고 했다. 그는 평소에 홈런 세리머니 없이 지나간다. 상대 투수, 상대 팀을 배려했다.
이 점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오야마는 히어로 인터뷰에서 홈런 세리머니를 언급하며 "반성한다. 경기가 끝나고 했어야 했다"라고 했다. 오야마는 극적인 승부가 끝나고 평소 모습으로 돌아갔다.
한신 팬들에게 오야마는 의리를 지킨 스타, 고마운 선수다.
오야마는 젊은 거포 모리시타, 사토에 앞서 한신 4번 타자로 활약했다. 2017년 1지명으로 입단해 올해까지 7년 연속 100안타를 넘었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치고, 2020~2022년 3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했다. 매년 중심타선에서 묵묵히, 꾸준하게 제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겨울 FA가 된 오야마는 이적을 고민했다. 그는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 출신이다. 야구소년 시절에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다. 지난겨울 요미우리가 손을 내밀었다. 아베 신노스케 감독이 직접 나서 러브콜을 보냈다. 최고 조건을 내밀었다. 6년-24억엔. 30대에 접어든 오야마에게 사실상 종신계약이었다.
고심 끝에 잔류를 결정했다. 한신도 계약 조건을 높였다. 5년 17억엔. 별도로 인센티브가 붙었으나 투자에 적극적인 요미우리가 제시한 조건에 못 미친다. 오야마는 이를 감수하고 한신 선수로 남았다.
한신은 오야마의 시즌 8호 홈런으로 3대2 역전승을 거뒀다. 후지카와 규지 감독은 "깜짝 놀라게 하는 경기였다"라고 했다. 한신은 70승에 선착했다. 정규리그 우승이 바짝 다가왔다. 2위 요미우리와 승차가 14경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