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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새드엔딩 카디네스, 차명적 '유리몸'의 전화위복, MVP 후보 품은 삼성의 안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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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키움 히어로즈에서 '코리안드림'을 꿈꿨던 루벤 카디네스(28). 새드엔딩으로 끝날 조짐이다.

키움은 지난 1일 카디네스 부상 소식을 전하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이날 병원 검진 결과 왼손 새끼손가락 근위지절부위 미세 골절 확진을 받았다. 약 3주간 휴식과 치료가 필요하다. 9월 잔여 일정만 남은 상황. 키움이 사실상 최하위를 확정지은 현실을 감안할 때 복귀는 큰 의미가 없다. 사실상 올 시즌 끝이다. 재계약 가능성도 희박하다.

카디네스는 올시즌 키움의 승부카드였다. 지난해 원투펀치로 활약하던 후라도, 헤이수스와 계약을 포기하고 외인 타자 두명을 영입했다. 카디네스와 푸이그였다.

지난해 삼성 데이비드 맥키넌의 대체 외인으로 후반기 KBO리그에 입성한 카디네스. 출발은 화려했다. 7월20일 롯데전 140m 대형 홈런에 이어 22일 롯데전 마무리 김원중으로부터 끝내기 역전 홈런을 날리며 거포 외인 탄생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7월26일 KT전 타석에서 허리 통증으로 이탈한 뒤 함흥차사가 됐다. 8월6일 한화전에 11일 만에 교체 출전했지만 느슨한 수비로 바로 교체된 뒤 엔트리에서도 제외되고 말았다. 문제의 태업논란. 그걸로 삼성과의 인연은 끝이었다.

발 빠르게 움직인 삼성은 외국인 교체 시한인 8월15일을 하루 앞두고 대체의 대체 외인 르윈 디아즈와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신의 한수였다. 포스트시즌에서 5개의 홈런을 날리며 장타력을 과시하며 재계약에 성공한 디아즈는 올시즌 최고 외인타자로 우뚝 섰다. 1일 현재 43홈런, 131타점, 장타율 0.617로 3관왕을 달리고 있다. 2015년 외인 최다홈런 기록의 삼성 나바로(48홈런)와 역대 한시즌 최다타점의 박병호(146타점)을 넘어 50홈런-150타점 돌파를 노리고 있다. 기록달성에 성공하면 한화 이글스 코디 폰세와 MVP 경쟁자로 우뚝 서게 된다. 삼성 입장에서는 부상으로 7경기만에 짐을 싼 카디네스 덕분에 디아즈란 보물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셈.

절치부심 카디네스는 키움에서 명예회복을 꿈꿨다. 부상 퇴출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 허리통증이 아닌 옆구리 손상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다소 억울한 점도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었지만 참았다. 실력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야구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시즌 초 페이스는 무시무시했다. 찬스마다 맹타를 휘두르며 클러치히터로 군림했다. 개막 직후 3월 8경기 타율이 0.379에 3홈런 16타점. 경기당 2타점 꼴이었다. 디아즈가 잘하고 있었지만 삼성으로서도 신경 쓰이는 엄청난 활약이었다. 하지만 4월8일 출산휴가로 일주일간 미국에 다녀온 뒤 타격감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래도 키움은 카디네스를 믿었다. 부진했던 경력자 푸이그를 보내고 카디네스와는 시즌 끝까지 함께할 뜻을 비쳤다. 하지만 6월 시작과 함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오른쪽 팔꿈치 굴곡근건 손상으로 약 6주간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 키움은 6월 초 부상 단기대체 외인 스톤 개렛을 영입해야 했다.

47일 간의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카디네스는 힘을 쓰지 못했다. 복귀 후 33경기 2홈런, 17타점. 8월에 반등하는 듯 했지만 미세골절로 또 한번 이탈하게 됐다. 통증을 참고 끝까지 뛰어보려 했지만 더는 무리였다. 86경기 0.253의 타율에 7홈런 42타점. OPS 0.702. 명백히 실패한 외인 타자 성적이었다. 다만, 스쳐가는 친정이었던 삼성전 8경기에서는 0.441의 타율과 1홈런, 8타점으로 눈에 불을 켰다.

장타력도 있고, 찬스에도 강한데다, 강한 어깨를 자랑하는 외야수.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유리몸'을 극복하지 못하고 코리안 드림을 접게 됐다. 일찌감치 탈이 난 덕분에 디아즈라는 보물과 인연을 맺게 된 삼성으로선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