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한국작가회의, 100주년 문인 기념문학제 19일 개최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눈물의 시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박용래와 유명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 가사를 쓴 어효선 등 올해 탄생 100년을 맞은 문인들을 기리는 문학 행사가 열린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존재의 슬픔을 넘어, 고향과 동심에 이르는 길'을 주제로 '2025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19일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이 행사는 탄생 100년을 맞은 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는 1925년생 문인 중 김규동·김석범·박용래·어효선·이오덕·홍윤숙 6명이 대상 작가로 선정됐다.
1925년생 작가들은 1945년 해방과 함께 성년이 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6·25 전쟁을 겪었다. 이들은 해방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마주한 슬픔의 정서를 작품에 담아내거나 동심의 세계에 주목해 아동문학에 헌신하는 등 다양한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박용래는 평소 자주 눈물을 보여 '눈물의 시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전원적이고 향토적인 서정을 군더더기 없는 언어로 표현한 시 '겨울밤', '저녁눈', '담장', '울타리 밖' 등의 시를 썼다.
어효선은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의 가사가 된 같은 제목의 동시를 쓴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이 동요와 동시는 지금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그는 창작뿐 아니라 후학 양성, 아동문학 역사 연구에도 기여했다.
이오덕은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와 우리말연구소를 만들어 한국어를 가꾸고 바르게 정립하는 일에 힘썼던 시인 겸 아동문학가다. 동시집 '별들의 합창', '탱자나무 울타리' 등을 남겼다.
김석범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소설가로 해방 전후 제주도와 서울에서 지내다가 이후 줄곧 일본에서 머물며 작가로 활동했다. 대표작인 대하소설 '화산도'를 비롯한 여러 소설에서 제주 4·3을 다뤘다.
김규동은 '강'과 '우리는 살리라' 등의 시를 쓴 모더니즘 시인이다.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20년 가까이 절필하고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고문,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을 역임했다. 함경북도 출신인 그는 잃어버린 고향과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의 정서를 시에 담아냈다.
홍윤숙은 '여사시집', '풍차', '실낙원의 아침' 등 여러 시집을 펴냄으로써 해방 후 한국 여성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해도 출신인 그는 실향과 전쟁으로 인한 아픔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노래했다.
문학제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열리는 토크콘서트 '문학정담'으로 시작한다. 김규동·박용래·어효선·이오덕·홍윤숙의 작품을 소개하고 이들의 문학 세계에 관해 평론가와 시인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내수동 사옥 워켄드홀에서 열리는 '문학의밤'에서는 '백 년의 삶이 겹치는 밤'을 주제로 대상 작가 중 김범석·이오덕 작가의 작품을 각색해 낭독하고, 홍윤숙 작가의 작품을 음악으로 만들어 공연한다.
이 밖에 대상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 연보, 연구서지 등을 포함한 논문서지집이 발간된다. 계간 문예지 '대산문화' 가을호에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작가 유족들의 글이 수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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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