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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케데헌'과 일상의 작은 영웅들…'우리가 세상 고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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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 반크 단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와 로자 파크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영웅,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가슴을 울리는 외침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그러나 그의 위대한 발걸음 뒤에는 숨겨진 한 사람이 있었다. 1955년 흑인이라는 이유로 버스 좌석을 백인에게 양보해야 했던 부당한 현실에 맞서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당당히 말했던 로자 파크스. 그녀의 작지만, 용감한 저항이 흑인 민권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고, 마침내 마틴 루서 킹이라는 거목이 싹을 틔울 수 있었다.

역사는 종종 영웅 개인의 위업을 조명하지만, 그 영웅을 만든 것은 수많은 익명의 용기였다. 로자 파크스의 행동이 마틴 루서 킹에게 영감을 주었듯, 오늘날 한류는 지구촌 곳곳에서 세상을 고칠 미래의 영웅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K-애니메이션을 넘어 한국 문화 전반이 전 세계인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성공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단순히 흥행을 넘어 '케데헌'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주인공들이 순대, 설렁탕, 냉면을 먹는 장면에 전 세계인이 열광하며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방문객은 많이 늘어나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케데헌'의 진정한 가치는 이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 "홀로 어둠을 밝히랴, 우리 노래 부르리라, 굳건한 이 소리로 이 세상을 고치리라"라는 메시지는 단순한 유행가를 넘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는 연대의 메시지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이처럼 한류는 단순히 오락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전 세계인들이 한국 문화에 흥미를 느끼고, 이를 통해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는 곧 우리가 가진 문화적 자산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류가 지닌 긍정적 메시지, 즉 연대, 희망, 그리고 불의에 맞서는 용기는 전 세계 청년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는 제2의 로자 파크스, 제2의 마틴 루서 킹이 탄생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되고 있다.

◇ 편견을 넘어 세상을 고친다…희망의 길을 닦는 한국 청년들
5천년 한국 역사에서 오늘날처럼 한국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한류는 이제 단순한 문화현상을 넘어 한국과 세계를 잇는 거대한 '고속도로'가 됐다. 그리고 이 고속도로 위에서 세상을 바꾸는 행렬의 맨 앞에서 걷고 있는 이들이 바로 우리 시대 청년이다. 이들은 더 이상 국경에 갇히지 않고, 세계 시민으로서 지구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거창한 구호나 정치적 선언이 아닌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됐다.
반크에서 활동하는 두 명의 젊은이 박지은 청년과 정인성 청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들은 한류의 긍정적인 파급력을 활용해 왜곡된 편견을 바로잡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박지은 청년은 반크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하던 중, 문득 우리 교과서 속에 다른 나라에 대한 편견은 없는지 의문을 품게 됐다. 그녀는 국내 초·중·고 교과서에서 아프리카가 기아, 내전, 질병의 대상이나 원조와 봉사의 대상으로만 묘사되는 등 왜곡된 서술이 곳곳에 퍼져 있음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했다. 필자와 함께 교육부 관계자와 국회의원을 만나 이 문제를 알리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교과서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결과 교육부는 아프리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만약 교과서가 수정된다면 513만명에 달하는 미래 세대가 아프리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교과서 수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미래의 주역들이 편견 없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정인성 청년은 필자와 함께 해외 유명 사전에 직지와 한복 등 한국의 문화를 바르게 올리는 활동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프리카가 해외 사전에서 인종차별적이고 편향된 용어로 소개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문화가 왜곡되는 것에 분노했던 것처럼, 아프리카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분노했다. 그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브리태니커, 위키피디아 등 20여개 사전 출판사에 개선 요청 메일을 보냈다. 그 결과 영어권 온라인 학습 플랫폼인 '보캐블러리닷컴'은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줄 수 있는 단어의 정의를 공식적으로 수정했다.
이 두 청년이 이뤄낸 작은 변화는 수많은 사람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거대한 변화의 물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들의 작은 용기가 모여 세상의 모든 '우분투'(Ubuntu, '우리가 함께이기에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 정신)를 깨우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누군가는 이들의 활동이 세상을 바꾸는 거창한 일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는 것은 한 방울의 물에서 시작된다. 이들이 교과서와 사전의 한 구절을 바로잡은 것은 혐오와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에 연대와 희망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이들의 적은 노력이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들 중 누군가가 미래의 로자 파크스나 마틴 루서 킹이 돼 세상을 바꿀 영웅으로 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 새로운 시대적 과제…위대한 영웅의 탄생을 기대하며
한류가 열어준 '고속도로'를 통해 한국의 청년들은 지금 세상의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과거의 영웅들이 현실의 부당함에 맞서 용기를 냈다면 오늘날의 청년은 문화와 기술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고, 소외된 이들을 포용하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길을 닦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한류의 힘을 이용해 한국을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선봉에 서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시대적 과제다.
로자 파크스의 용기는 마틴 루서 킹이라는 위대한 영웅을 탄생시켰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바꾸고자 하는 한국 청년의 노력은 언젠가 세상을 고칠 위대한 영웅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자랑이자 지구촌의 희망이다.
지금까지 한류는 우리의 것을 세계에 알리는 통로였다. 이제 한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꾸리라'라는 새로운 비전을 품고 전 세계와 함께 혐오와 편견을 넘어 연대와 희망을 만들어가는 도구가 돼야 한다. 이 위대한 행렬에 당신도 함께할 준비가 됐는가. 한국은 이제 세계의 문화를 수입하는 나라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희망과 '우리가 세상을 고치리라'는 메시지를 수출하는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 세계 2억명 한류 팬을 가진 우리가 한류를 통해 이룰 수 있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미래일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박기태 단장
현 반크 단장, 재외동포청 정책자문위원, 재외동포정책실무위원, 직지 홍보대사 활동 중, 외교부·대검찰청 정책자문위원, 청와대 청년위원회 위원,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KOICA 홍보전문위원, 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홍보대사, 서울시 홍보대사 등 역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