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지도를 토대로 재구성한 서울의 모습…'경성풍경'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 홍석현 지음.
세계은행(WB) 이코노미스트, 재무부 장관 비서관, 대통령비서실 보좌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 신문사 사장, 주미대사 등을 거쳐 현재 중앙홀딩스 회장인 저자가 삶을 돌아보며 느낀 것을 에세이로 엮었다.
언론사 사주로 30여년을 살아온 그는 오너가 "핵심 인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되 그 밖에 지면이나 프로그램 제작에는 관여하지 않고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자신의 철학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프랑스 르 몽드,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등은 선진국에서 주목받는 정론지가 보수가 아니라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이른바 리버럴에 가깝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그는 1994년에 대표로 취임한 후 중앙일보가 추구해 온 보수의 전통을 보완하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신영복, 박노해, 정운영, 박명림, 김용옥 등 명망 있는 진보 지식인을 필진으로 초빙했다고 회고했다.
저자는 "조직에서 직위가 높아질수록 어려워지는 게 '듣는 귀'를 열어두는 것"이라며 "의도적으로라도 쓴소리를 하는 사람을 옆에 둬야 한다"고 사회 지도층을 향해 조언한다.
매형인 고(故) 이건희(1942∼2020) 삼성그룹 선대회장에 대해서는 "내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며 "내 삶에, 경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이 선대회장이 "돈은 지갑에서 나와야 힘이 되고, 칼은 칼집에 있어야 힘이 된다"는 얘기를 자주 했고 "네 주변에 좋은 사람을 두라"며 인재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 선대회장과 함께 1989년 리콴유(1923∼2015) 당시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고 이후에도 인연을 이어간 경험 등도 들려준다.
저자는 백범 김구(1876∼1949)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얘기한 문화의 힘이 강한 나라에 대한 바람에 공감을 표한다. 아울러 한국이 나아갈 길은 17세기 네덜란드가 보여준 것처럼 정치적·종교적으로 핍박받는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오는 나라,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이 강물처럼 흐르고 문화가 꽃피는 나라, 편견과 차별이 없는 관용과 포용의 나라, 주변국과 평화로운 관계 속에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고 밝힌다.
이를 위해 순혈주의를 벗고 타자에 대한 배척이나 혐오와 차별의 굴레를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중앙북스. 300쪽.
▲ 경성풍경 = 김상엽 지음.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현재의 서울에 해당하는 경성의 1930년대 모습을 당시의 지도를 통해 재구성했다.
책은 1936년 제작된 '대경성부대관'과 1933년 만들어진 '경성정밀지도'를 토대로 시가지 구조와 건물의 형태를 드러내고 평소에 보기 어려운 사진 자료로 당시 경성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은 한국 최초의 미술 기획자로 꼽히는 오봉빈(1893∼?)이 설립한 조선미술관이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로 유명한 소설가 박태원(1909∼1986)의 집, 경성 모더니스트들의 아지트였던 낙랑파라 등 문화적 거점이 어디에 있었는지 특정하기도 한다.
저자는 방대한 사료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만든 노작이 약 100년 전 수도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한다.
"이 책이 근대 서울의 모습, 나아가 오늘날 서울의 원형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랄 따름이다."
혜화1117. 1천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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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