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인정치인포럼 참가 김 게오르기 카자흐스탄 상원의원 평의회 위원
3代 법조 명문가…법무장관 재직시 사형제 폐지, 언어법 제정에도 깊이 관여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법률은 단순한 규범이 아니라 사회의 정의와 정체성을 지탱하는 뿌리입니다. 저와 가문 3대가 이 길을 걸어온 이유입니다."
세계한인정치인협의회(회장 신디 류)가 주최하고 재외동포협력센터(센터장 김영근)가 후원하는 '제11차 세계한인정치인포럼'에 참가한 김 게오르기(72) 카자흐스탄 상원의원 평의회 위원은 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은 카자흐스탄에서 '장군' 칭호를 받는 최고위급 국가 원로다. 초대 상원의원에 이어 3선을 지냈고, 검찰청 부청장, 법무부 장관, 대통령 고문을 역임했다. 김 위원의 가문은 법조 명문가로 꼽힌다. 부친은 현행법 제정에 기여한 저명한 법조인이었고, 아들은 검찰총장 수석보좌관으로 법조인의 대를 잇고 있다.
그는 "법과 정의의 길을 대물림하는 것은 가문의 큰 축복"이라며 "고려인으로서 조국과 모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지난달 29일 카자흐스탄 공화국 헌법 개정 30주년 기념식에서 국가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하고 법치 질서를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으로부터 '귀족 훈장'을 받았다. 앞서 2018년에도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 간 우정 강화와 국가 기구 활동 기여를 인정받아 '협력 훈장'을 수훈했다.
김 위원은 "지난해 아내와 제주도, 부산, 속초를 여행했다"며 이번이 10번째 모국 방문이라고 소개했다.
세계한인정치인포럼에 처음 참가한 그는 "모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체험하며 정체성을 더 깊이 느낀다"며 "특히 따뜻한 환대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한국의 대통령 탄핵 사태와 관련해 "탄핵은 국민의 민주적 의지와 법치주의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단기적으로 부정적 시각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투명성과 정의를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자흐스탄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며, 한국의 경험은 귀중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재명 정부 출범에 대해 "국민의 신뢰 속에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번영을 이루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2002년 법무부 장관 재임 시 사형제를 폐지한 것에 대해 "인권 존중과 법치주의 발전에 큰 진전이었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꼽았다.
또한 현행 언어법 제정에도 깊이 관여했다. 그는 "언어법은 고려인을 포함한 소수민족이 모국어와 정체성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 전승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언어와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책으로 사회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고려인 사회의 미래를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 세대가 우리 문화와 언어, 정체성을 계승하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글로벌화와 문화 동화로 전통이 약화할 수 있습니다. 교육, 문화 프로그램,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젊은이들이 뿌리를 이해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카자흐스탄의 법제와 정치를 이끌며 고려인 청년들의 롤 모델인 김 위원은 "법과 정의, 고려인 정체성은 제 삶의 축이자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유산"이라며 앞으로 차세대에게 경험을 전하며 고려인 사회와 카자흐스탄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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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